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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 절벽 수준"…대형마트·화장품·면세점 업종 안가리고 처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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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부터 4년 넘게 0~1%대에 갇혀 있다. 1000원어치를 팔아 불과 10원 안팎의 이익을 남겼다는 뜻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통업종의 수익성은 제조업에 비해 낮은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은 미국 월마트(4.4%·최근 5년 평균), 일본 이온(2.2%) 등 주요국 1위 유통사와 비교해도 초라한 수준이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이마트의 영업이익률(0.3%·에프앤가이드 집계)이 작년(0.4%)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업 간 경쟁 심화로 저수익 구조가 고착한 가운데 소비 위축과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까지 겹쳐 내수기업들이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복합 위기에 빠진 내수기업
소비 침체에 따른 위기감은 세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내수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방문판매 사업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 아모레퍼시픽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172억원으로, 증권사 컨센서스(추정치 평균·366억원)를 52%가량 밑돌았다. 업계에서 “어닝 쇼크를 넘어 어닝 절벽 수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증권업계는 올해 아모레퍼시픽이 역대 최소인 1333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 거둔 이익(1430억원)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6월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LG생활건강 역시 올해 영업이익이 2020년(1조2209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음식료 업체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0.9%, 11.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코나그라, 켈라노바 등 해외 경쟁사가 두 자릿수 영업이익 증가율을 이어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값과 인건비 증가 등의 여파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지만 정부 압박 탓에 제품 가격을 올리기도 어려운 처지”라고 말했다.
외국인 유입도 기대 못 미쳐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의 대표적 수혜 업종으로 꼽힌 면세점 업계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1~9월)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은 월평균 14만4000명으로, ‘사드 보복’으로 한국행 단체 관광이 금지된 2017~2019년 수준(월 41만6000명)을 크게 밑돌았다. 10월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한국면세점협회 집계)도 8억1000만달러(약 1조52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4% 급감했다.

11번가 등 e커머스 업계는 알리익스프레스 등 초저가를 내세운 중국 업체의 돌풍에 맥을 못 추고 있고, 롯데홈쇼핑 등 주요 홈쇼핑 업체들은 TV 시청률 하락으로 매출이 수년째 뒷걸음치고 있다.
‘감원→소비 위축’ 되풀이 우려
문제는 고용 효과가 큰 내수기업의 실적이 악화하면 종사자들의 고용·소득이 불안해지고, 이에 따라 소비가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음식료 업종과 도소매 업종의 고용유발계수(매출 10억원당 고용 인원·2019년 기준)는 각각 6.4명과 10.4명으로, 제조업 평균(4.7명)과 서비스업 평균(9.2명)을 웃돌았다. 지난 6년 연속 매출이 전년 대비 감소한 롯데쇼핑만 해도 6년간 5600명이 넘는 임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그나마 내년 소비시장 전망과 관련해 일각에서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나오는 것은 긍정적 신호다.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내수가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대세지만 “반도체 수출 지표 등이 개선된 것을 고려할 때 소비심리는 바닥을 쳤다”는 관측도 있다.

하헌형/양지윤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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