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7)이 법원에 요청한 면책특권이 모두 기각됐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사법 리스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계속 옭아맬 전망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미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의 타냐 처칸 판사는 "전직 대통령들은 연방 형사 책임에 대해 특별한 조건(면책 특권)을 누리지 못한다"고 결정했다. 처칸 판사는 "피고인(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행한 범죄 행위에 대한 연방 수사, 유죄 판결,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6일 의회 난입 사태를 부추기고 공모해 신체적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지난 8월 총 3건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당시 재임 중이었던 만큼 면책특권을 적용받아 민사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법원에 면책특권을 요구했지만 기각됐다. 다만 재판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위가 집권 연장을 위한 노력이지, 공무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항소할 것이라고 관망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계속해서 임기 중 모든 행위가 면책특권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스티븐 청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 대변인은 "1월 6일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행위는 미국 국민들을 위한 것이었으며, 미국 대통령의 의무를 행한 것이란 게 자명하다"며 법원 판단이 편협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법률대리인이 연방법원 판결에 불복하고 대법원까지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사법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취지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은 내년 3월부터 시작되는 선거 개입 의혹 재판이 기각돼야 한다고 지속해서 주장했다. 대선 전 기소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사법 리스크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미지수다. 미국 대선을 1년여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내 경선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상승하는 '테플론 정치인(허물에 대한 비판이 통하지 않는 정치인)'의 전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