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향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11월 전 세계 주식시장이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 코스닥지수는 세계 주요국(G20) 국가 중에서 아르헨티나 다음으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1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이 회사가 산출하는 'MSCI 전세계지수(ACWI)'는 지난달(10월31~11월30일) 9.06% 상승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성공했다는 소식에 세계 증시가 급등했던 2020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월간 상승률이다. MSCI ACWI는 선진국 23개국과 신흥국 24개국의 주요 종목들을 합산해 산출하는 세계 주가지수다.
이달 초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기점으로 글로벌 채권 금리가 안정되고,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세계 증시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G20 국가들끼리 비교해보면 한국 증시가 주요국 가운데 상승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메르발(MERVAL) 지수는 지난달 40.4% 올라 G20 국가 가운데 상승률 1위였다. 이어 한국 코스닥지수가 12.8% 2위, 브라질 보베스파(BOVESPA) 지수가 12.5%로 3위, 한국 코스피 지수가 11.3%로 4위, 미국 나스닥지수가 10.7%로 5위에 올랐다.
지난달 미국 S&P500이 8.9%, 일본 니케이225가 8.5%, 유로스톡스50이 7.91% 각각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 증시가 주요국을 제치고 가장 상승률이 높았다. 아르헨티나 메르발 지수의 경우 지난달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로 인한 일회적 상승과 높은 물가상승률 등이 겹친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코스닥지수가 지난달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아르헨티나와 튀르키예와 같은 국가는 높은 물가 상승률로 인한 착시효과가 커 다른 국가 주가지수와 비교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조정장 당시 코스닥지수가 수익률 '꼴찌'를 기록한 것과 크게 대비되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 수익률은 10월 한 달간 -12.4%를 기록해 G20 국가 주가지수 24개 중 24위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 역시 7.5% 하락해 22위에 머물렀다.
지난 10월부터 한국 월별 수출액이 증가세로 돌아섰고, 11월에는 반도체 수출액도 1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주요국 대비 주가 상승률이 더욱 높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달 국내 증시가 급등했던 만큼 단기적으로는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코스피는 다양한 호재에 힘입어 화려하게 반등했다"며 "이제부턴 기존 상승세가 유지될 수 있을지가 관심사"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