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규제당국이 사우디아라비아 벤처투자펀드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투자를 제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우디와 중국의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사우디의 석유기업 아람코의 벤처캐피털(VC) 펀드 프로스퍼리티7이 보유한 미국의 AI 스타트업 레인AI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각 이전에 프로스퍼티7은 대미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이후 프로스퍼리티7은 실리콘밸리 VC인 그렙VC에 지분 전량을 매도했다. 매각 시점은 밝혀지지 않았다.
아람코는 지난해 2월 10억달러를 투자해 VC인 프로스퍼리티7를 설립했다. 정보기술(IT) 업체에 대한 초기 투자를 확대해 미래 먹거리로 삼으려는 취지였다. 프로스퍼리티7은 같은 해 미국 AI 반도체 설계기업 레인AI에 2500만달러를 투자했다.
레인AI는 인간의 뇌 신경망을 본뜬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가 초기 투자한 기업이기도 하다. AI 용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맞서기 위해 레인AI에 투자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CFIUS는 투자 계약이 체결되기 전부터 프로스퍼리티7에 투자 결정을 철회하라고 경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에서다. CFIUS 내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지난해 규제당국은 프로스퍼리티7에 언젠가 투자를 취소해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어서였다"고 말했다.
미국 규제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중국 때문이다. 사우디와 중국의 관계가 갈수록 밀접해지면서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 때문에 사우디의 벤처펀드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
사우디는 지난달 20일 중국과 70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는 등 관계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양국의 경제협력도 강화하는 추세다. 프로스퍼리티7도 중국 에너지기업에 최소 10억달러 이상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