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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부터 사라" 에어퍼스트 키운 IMM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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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 11월 30일 오후 2시 8분

“계약 체결 후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거래를 종결하겠습니다.”

송인준 IMM프라이빗에쿼티(PE) 사장은 2019년 초 산업가스 업체 에어퍼스트(당시 린데코리아)를 매각하는 독일 린데그룹을 찾아가 이 같은 의사를 전했다. 맥쿼리PE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인수 경쟁을 벌이던 IMM PE의 전략은 거래 종결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이었다. 미국 프레스에어를 합병하며 독과점 우려가 커진 탓에 에어퍼스트를 강제 매각 중인 린데그룹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파고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에어퍼스트를 품은 IMM PE는 곧바로 밸류업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조직부터 재정비했다. 에어퍼스트는 린데의 한국 사업부였던 만큼 각 분야 핵심 기능과 인력은 린데 본사에 있었다. 린데 본사와 계약을 맺고 계속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IMM PE는 린데와의 이별을 택했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핵심적인 기능은 내재화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헌석 IMM PE 전무는 “흩어져 있던 기능을 내재화하고 장벽을 없애자 시너지가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에어퍼스트가 가장 큰 고객사 중 한 곳인 삼성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밸류업의 결정적인 장면 중 하나다. 삼성전자 경기 평택 반도체 3공장의 산업용 가스를 누가 공급할 것이냐는 당시 업계의 가장 큰 화제였다. 1공장과 2공장은 모두 글로벌 업체에서 가스 공급을 맡고 있었다. IMM PE는 경쟁자와 다른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했다.

고민 끝에 IMM PE는 3공장 근처에 수만 평에 달하는 땅을 샀다. 수주에 성공하기도 전에 산업용 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 부지부터 확보했다. 업계에선 “미쳤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송 사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수주 실패로 손해가 발생한다면 주주사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송 사장의 베팅은 통했다. 산업용 가스의 안정적인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삼성전자는 부지를 먼저 확보한 에어퍼스트에 일감을 줬다.

IMM PE가 에어퍼스트를 품은 첫해인 2019년 2689억원에 그쳤던 에어퍼스트 매출은 지난해 6031억원으로 늘었다. 3년 만에 매출이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043억원에서 1420억원으로 36.1% 증가했다.

가파른 실적 상승세를 앞세워 IMM PE는 지난 6월 에어퍼스트 지분 30%를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에 1조1000억원에 매각했다. 2019년 인수 당시 지분 100% 기준 1조3000억원이던 기업 가치는 3조7000억원으로 커졌다. 투자한 지 4년여 만에 지분 30%만 팔고도 투자 원금을 대부분 회수했다. 소수지분만 매각하고도 내부수익률(IRR) 39%를 기록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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