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7년 만에 지난달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퀄리타스반도체가 ‘보증’을 통한 스케일업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받아 기업가치를 키우는 기존의 성장 공식과 달리 신용보증기금의 보증 지원을 통해 고속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다.
퀄리타스반도체는 삼성전자 반도체 설계 출신인 김두호 대표가 2017년 설립한 반도체 설계자산(IP) 전문기업이다. 이 회사는 ‘리틀펭귄·퍼스트펭귄·프리아이콘·혁신아이콘’으로 이어지는 신보의 스타트업 성장 지원 프로그램에 모두 선정되며 200억원 규모의 보증 지원을 받았다. 김 대표는 “지금이야 반도체가 화두지만, 창업 초기만 해도 반도체 투자 분위기는 냉담 그 자체였다”며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기 위해 보증사업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2020년 9월 첫 보증 지원 이후 투자 유치의 물꼬가 트였다. 신보의 10억원 규모 보증 연계 투자가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총 11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현재 기업가치는 약 2000억원에 달한다.
보증은 지분을 희석하지 않고 ‘급전’을 이용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다. 실제 퀄리타스반도체는 2022년 프리 IPO(상장 직전) 투자로 70억원을 조달한 이후 200억원 규모로 세 차례 보증 지원을 더 받았다. 김 대표는 “지분 희석을 막기 위해 일부러 투자를 빠듯하게 받았다”며 “상장이 한 달간 지연됐을 땐 보증 지원 금액만큼 신용대출을 받아 요긴하게 썼다”고 설명했다.
벤처·스타트업이 중요해지면서 신보는 2017년부터 맞춤형 혁신 스타트업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신보의 성장단계별 보증 프로그램은 연구개발(스텝업)→초기사업화(리틀펭귄)→본격 성장기(퍼스트펭귄)→초기 스케일업(프리아이콘)→본격 스케일업(혁신아이콘) 5단계로, 10억원부터 200억원까지 단계별로 보증을 지원한다. 스타트업 보증 지원 금액은 2017년 3808억원에서 지난해 6154억원으로 늘었다. 투자 혹한기가 이어지면서 올해 3월엔 투자 유치 실적에 따라 단계별로 보증을 지원하는 ‘투자브릿지 보증 프로그램’도 신설했다.
신보는 보증과 연계한 스타트업 투자도 집행하고 있다. 벤처·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의 재무 상황을 개선하고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신보는 2014년부터 올해 9월까지 651개 기업에 4313억원을 투자했으며, 이 중 70%가량이 스타트업으로 유입됐다. 신보 투자 기업들은 후속 투자를 유치하면서 올해에만 퀄리타스반도체, 버넥트, 유진테크놀로지가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으며, 다음달 블루엠텍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신보는 금융 지원 외에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으로 ‘스타트업 네스트(NEST)’도 운영 중이다. 또 스타트업 데모데이를 통해 민간 투자 유치를 지원하는 ‘유 커넥트(U-CONNECT)’도 연중 개최한다. 다음달 6~7일 스타트업 콘퍼런스 ‘SOUND 2023’에서 창업경진대회, 네스트 네트워킹 행사, 유 커넥트 파이널이 열릴 예정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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