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책이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 무려 1400만여 권의 도서를 보유한 국립중앙도서관이다. 수많은 서가에서 한 권의 원하는 책을 찾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책 표지에 붙은 분류 기호를 이해하면 조금 쉬워진다. 분류의 아버지, 멜빌 듀이가 고안한 십진분류법 덕분이다. 모든 책을 분류 규칙에 따라 고유한 기호를 부여해 제자리를 정해주기 때문이다.
책의 주소 ‘도서분류기호’가 도서관에서 필요하듯이,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를 비슷한 경제활동끼리 묶어서 체계적으로 구분하기 위해서는 ‘산업 분류’가 필요하다. 분식점, 편의점, 병원 등 사업체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따로 또 같이 묶어보면 1196개 분류 코드로 정리된다. 이렇게 국내 총 614만 사업체(2022년 기준)의 산업 분류 정보를 모두 모아 ‘대한민국 경제지도’를 그릴 수 있다. 표준산업분류는 경제 분석을 위한 통계 작성 외에 세액 감면 업종을 구분하거나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 대상을 결정할 때도 흔히 활용된다.
4차 산업혁명 등 기술 혁신으로 인해 최근 산업 전반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오늘날처럼 융·복합되고 다각화되는 산업 현실에서는 특화된 경제정책 수요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이상적인 산업분류’를 작성하기란 더욱 어렵다. 개별화된 모든 수요에 부합하도록 산업분류 체계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고, 국내 수요만을 맞춘 표준분류를 쓴다면 국제 비교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탄소중립 등 특정 정책에 해당되는 산업활동 특성을 따로 모아 재분류하거나 세분화하는 맞춤형 돋보기가 필요하다.
통계청의 ‘산업 특수분류’가 바로 그것이다. 환경산업, 로봇산업 등 이미 21종이나 된다. 가령 운수업, 소매업 등 표준산업분류의 여러 부문에 흩어진 개별 산업 중 관광 관련 산업만 간추려 재구성하면 관광산업 특수분류가 새롭게 탄생한다. 도서관에서 전체 서가를 십진분류법 기준으로 정리하면서도 독자 취향을 고려해 ‘에코’ ‘애니메이션’ 등 전문 주제별로 별도 서가를 구성해 놓는 것과 같다고 보면 쉽다.
통계청은 내년 11차 표준산업분류 고시 이후 탄소중립과 규제 완화 등의 전략적인 정책에 필요한 통계분류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산업 특수분류를 제정하거나 개정할 계획이다. 이제 11차 개정 표준산업분류와 산업 특수분류의 축을 더욱 잘 정렬하고자 한다. 인류가 긴 역사 속에서 유사성과 관계성을 찾고 다양한 분류를 고안해 발전해 왔듯이 ‘맞춤형 산업 특수분류’ 개발이 표준분류의 적용 한계에서 벗어나 관련 통계와 다각적인 정책을 지원하고 미래 신산업 발전 기반을 다지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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