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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씨 깐 튀르키예…중재한다더니 뒤로는 러시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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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들어 튀르키예가 러시아에 무기 전환이 가능한 민수용품을 대거 수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중재자를 자처한 튀르키예가 뒤로는 러시아를 도운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튀르키예가 소속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튀르키예가 군사용으로 전환이 가능한 민간 물자들을 러시아 등지로 대거 팔아넘김에 따라 NATO가 고민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튀르키예는 미국이 '높은 우선순위'로 책정한 군수 전환이 가능한 '민감 민수용품' 45종(반도체 칩, 통신 장비 등)을 러시아와 구소련 5개국에 수출했다.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구소련 5개국은 서방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물품들을 대신 수입하는 나라들로 의심받고 있다. 이번에 튀르키예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들 국가에 대한 튀르키예의 민감품목 수출 신고가 급증했지만, 5개국의 통계 기관은 해당 증가에 상응하는 수입량을 기록하지 않았다.

일례로 카자흐스탄은 올해 9월까지 튀르키예로부터 수입 규모를 610만달러로 기록했지만, 튀르키예 자료 상에서는 카자흐스탄으로의 수출액이 6600만달러에 달했다.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엘리나 리바코바 선임 연구원은 "무역 규모 불일치는 이 상품들이 러시아로 운송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튀르키예가 이들 국가에 민감품목 45종을 수출한 총 규모는 1억5800만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동기간에 있었던 수출 규모의 3배에 이른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2015~2021년 튀르키예의 대러 민감품목 수출 규모는 평균 2800만달러에 그쳤다. 러시아와 구소련 5개국에 판매하는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튀르키예의 민감품목 수입도 크게 늘고 있다.

튀르키예가 올해 들어 주요 7개국(G7)에서 수입한 '높은 우선순위' 민감품목 규모는 5억달러에 육박해 2015~2021년 같은 기간에 비해 60% 넘게 폭증했다. 유럽 경제제재 담당자는 "튀르키예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함께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수출통제 품목들을 대신 구해주는 통로이자 중개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안보 싱크탱크 센터의 에밀리 킬크리즈 이사는 "미국의 수출 통제와 유럽연합(EU)의 규제 등에서 공백을 악용한 무역이 번창하고 있다"며 "튀르키예 같은 일부 제3국에서 서방 당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약한 제재 집행 위치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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