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7일 사장단 인사에서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으로 구성된 ‘투톱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영환경을 고려해 지난 2년간 두 사업부문을 이끈 두 대표를 유임해 조직의 안정을 도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종희 부회장은 DX부문장과 생활가전사업부장 업무만 맡는다. 그동안 관할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업무는 용석우 신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에게 넘기기로 했다. 경계현 사장은 기존 DS부문장 자리에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도 추가로 맡게 됐다. 이 밖에 삼성전자의 주요 경영 현안을 챙기는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의 정현호 부회장이 자리를 지켰다. 스마트폰 사업 등을 담당하는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도 유임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투톱 체제를 유지해 경영안정을 꾀한 것”이라며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세상에 없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부회장은 가전사업 부활에 역량을 쏟을 전망이다. 올해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CE)사업부는 글로벌 수요 감소로 동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범용 가전제품은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로 인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고급 가전제품도 LG전자에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0년 3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올해는 1조5000억원(증권업계 추정치)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부회장은 가전 관리용 전용 앱인 ‘스마트싱스’로 모바일 제품과 TV·모니터, 가전제품 등 삼성 제품 14억2670만 대를 연결하고 제어하는 ‘CX·MDE(고객 경험·멀티 디바이스 경험)’사업에 속도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 사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향상에 나설 전망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수요가 폭증한 최신 HBM에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한발 앞서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들어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삼성보다 앞서 HBM3를 공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뒤집기 위해 기술 확보와 설비 구축에 전력을 쏟을 전망이다.
내년 말 본격 가동할 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안정화와 수율(전체 생산품 가운데 양품 비율) 향상 등 파운드리 사업 역량 강화에도 나선다. 반도체 회로폭이 3나노미터(㎚: 1㎚=10억분의 1m) 이하 파운드리 공정에 적용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의 고도화도 추진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GAA를 바탕으로 업계 1위인 TSMC를 맹추격한다는 계획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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