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M 사장을 지낸 뒤 중국 GM상하이자동차 최고경영자로 부임한 카허 카젬 총괄 부사장이 비뚤어진 한국의 노동운동을 직격했다. 무역협회 부회장단과 만난 그는 “한국에선 노사문제 대응이 업무의 대부분이었지만 중국에선 노사문제가 없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투적 노조의 폐해를 짐작하지 못한 바는 아니지만 노조 탓에 경영자로서의 고유 업무에 할애할 시간조차 부족했다니 꽤나 놀라운 고백이다. 노조의 막무가내 행태가 최고경영자의 발을 묶어 결과적으로 회사의 수익과 미래를 잠식했다는 의미여서다. 카젬 부사장은 “이런 (노사문화) 환경 차이로 인해 중국 자동차업계의 혁신과 전기차·배터리 공급망 구축이 한국보다 훨씬 빠르다”고도 했다. 중국이 올해 일본을 제치고 ‘수출 세계 1위’의 깜짝 실적을 내며 세계적인 자동차 강국으로 급부상한 배경을 짐작하게 해주는 발언이다.
카젬 부사장의 생각에는 한국 GM 사장 시절 집무실 점거, 쇠파이프 난동 등 갖은 고초를 겪은 그의 편견과 선입견이 일정 정도 깔려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임기 연장을 자진 요청해 한국 GM 경영 정상화에 매달렸을 만큼 한국 시장을 잘 아는 외국인 경영자의 고언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의 발언을 국가가 공인하는 하나의 노조만 존재하고 노조 활동이 통제되는 중국을 본받자는 것이냐고 왜곡해서도 안 된다. 혁신과 미래를 잠식하는 한국의 전투적인 노조문화가 달라져야 한다는 데 방점이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중 한국만큼 노동정책과 문화가 후진적인 나라는 찾기 어렵다. 업종과 기간을 엄격히 제한한 근로자파견법, 세계 최강의 중대재해처벌법 등 갈라파고스 규제가 넘친다. 사장실과 본사를 장기 점거해도 아무 불이익이 없다. 그럼에도 거대 야당은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마저 원천 봉쇄하는 노란봉투법까지 통과시키고 대통령 재가를 압박 중이다. 혁신을 희생시켜 표를 얻는 삼류 정치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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