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가난이 싫다는 이유로 집을 나간 뒤 이혼 신고만 남은 상황에서, 남편이 다른 여성과 교제하게 되자 위자료와 재산분할 등을 요구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3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고객으로 만난 아내와 결혼한 외제 차 딜러 A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A씨는 "아내는 부잣집 딸이었지만 뚜렷한 직업이 없었고 전 가난했다. 제 형편에 마련할 수 있는 집은 서울 변두리에 있는 아파트였다"며 "너무 외진 데다가 언덕배기에 있어 아내가 매우 힘들어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결국, 아내는 딸이 돌이 될 무렵 집을 나갔고, 친정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서 친정 근처에 집을 얻더니, 저한테 양육비만 보내 달라고 하더라"라며 "주말에는 우리 집으로 딸을 데리고 와서 만나게 해줬다"고 전했다.
A씨는 "아내와 다시 살림을 합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싶어 했지만, 아내는 집에 들어오기를 완강하게 거부했다"며 "참다못한 저는 홧김에 아내한테 이혼하자고 말했는데, 흔쾌히 받아들이더라"고 했다.
이어 "결국 우리 부부는 협의이혼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딸의 친권자와 양육자를 아내로 지정하고 매달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했다"며 "법원에도 출석했고, 남은 절차는 이혼 신고뿐이었는데, 나와 아내는 이혼 신고를 미루면서 예전처럼 주말부부 비슷하게 지냈다"고 설명했다.
결국 둘은 협의이혼 의사 확인을 마쳤다고 한다. 협의이혼은 특별한 이혼 사유가 없더라도 서로 이혼하기로 한 경우, 협의이혼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판사님 앞에서 이혼의 의사를 확인받아 이혼하는 절차를 말한다.
그렇게 1년이 지난 뒤 A씨는 다른 여성과 교제하게 됐고 이를 아내에게 알렸다. 하지만 A씨는 "아내가 불같이 화를 내더니, 재판상 이혼을 청구했다"며 "내가 부정행위를 해서 혼인 관계가 파탄 났다며 위자료, 재산분할,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양육비까지 모두 요구했다. 우리는 이미 이혼하기로 한 사이인데 이럴 수 있는 거냐"고 토로했다.
송미정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협의의혼 의사 확인 기일에 참석해서 협의이혼 의사를 확인했더라도 협의이혼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협의이혼의 효력이 상실돼 이혼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다"며 "협의이혼 신청서를 제출한 후 반드시 부부가 함께 법원에 출석해서 협의이혼 의사를 판사님 앞에서 밝혀야 하고, 받아낸 협의이혼 의사확인서를 첨부하여 관할기관에 이혼신고를 해야 법률상 혼인 관계가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송 변호사는 "협의이혼 의사 확인을 받았으나 이혼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이혼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그렇기 때문에 협의의혼 의사 확인까지만 한 후 이혼신고를 하지 않으면 이혼할 의사를 철회한 것이 되고 혼인 관계도 해소되지 않는다. 법률상 계속되고 있는 혼인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이혼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오랜 기간 별거해 연락이 완전히 두절된 때 등 실제로는 혼인 관계로 볼 수 없는 상태가 아닌 이상, 정식으로 이혼을 청구해서 혼인 관계를 해소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하기 전 다른 이성을 만나게 되면, 이것은 부정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와 아내는 협의이혼 의사 확인을 하기 전부터 주말부부 형태로 지내고 있었고, 협의이혼 의사 확인을 한 후에도 이전과 같이 주말부부 비슷한 형태로 지내고 있다"며 "이혼신고를 하지 않으면 이전과 같은 부부 형태로 다시 살겠다는 뜻으로 비칠 가능성이 매우 커서, 상담자는 아내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