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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주 "내 아내는 '연인' 길채 같은 사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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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금토드라마 '연인' 남연준 역 배우 이학주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조선의 선비였다. 배우 이학주가 연기한 MBC 금토드라마 '연인' 남연준이 그랬다.

'연인'은 병자호란을 겪으며 엇갈리는 연인들의 사랑과 백성들의 생명력을 다룬 휴먼역사멜로 드라마다. 이학주가 연기하는 남연준은 성균관 유생이자 군자로 살기 위해 태어나고 자란 듯 고고한 학의 풍모가 느껴지는, 누가 봐도 올곧은 청년이다. 하지만 병자호란이라는 큰 전쟁을 겪으면서 갈등과 혼란을 겪는 인물이다.

누가 봐도 바른 선비로 길채(안은진 분)와 경은애(이다인 분)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고, 이후 은애와 혼인하지만 선비로서의 이상 때문에 좋은 지아비는 아니었던 남연준이었다. 이런 캐릭터에 대해 이학주는 "마음의 소리와 이상의 괴리를 깨닫지 못해 안타까웠다"면서 "연준의 마음은 은애에게 있던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아내는 길채같은 사람"이라며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에 제가 많이 의지한다"면서 미소를 보였다. 다음은 이학주와 일문일답.

▲ 촬영 마친 소감이 궁금하다.

너무 촬영하면서 많이 정들었다. 그래서 아쉽다. 그리고 많은 분이 사랑해주셨다. 그래서 저에게 의미가 있었다.

▲ 결말을 어떻게 봤을까.

연준의 속죄로 막을 내렸다. 연준은 나쁜 의도로 그러는 건 아니지만 세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거 같다. 자신이 실현하고 싶은 이상이 있었는데, 그게 사실상 허상이라 느낀 게 아닌가 싶다. 안타까웠다. 측은했다.

▲ 후반부에 '캐릭터 붕괴'라고 아쉬워하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붕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연준이 항상 얘기한 게 충심을 지키고, 연심을 지키라고 말한다. 이상과 마음의 괴리가 있는데, 그걸 버리지 못하니 그게 좀 아쉬웠다. 누구보다 은애를 사랑하지만, 오랑캐가 우리 사이를 벌려 놓은 게 슬픈 거다.

▲ '연인'의 욕받이 중 하나였다.

인조를 제가 이긴 건가.(웃음) 연준을 좋아할 거란 생각은 안 했다. 그런 것과 상관없이 조선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쩔 수 없는 거라 생각했다.

▲ 어떤 부분에 끌려 '연인'을 선택하게 됐을까.

병자호란을 다룰 땐 항상 높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백성들의 삶에 집중하고, 지배하는 사람들도 힘들었지만, 그 아래 사람들은 더 힘들었다는 걸 조명한다는 부분이 좋았다.

▲ 조선의 모든 여인이 사랑하는 남자라는 설정이다. 이 부분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참 선비의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좋아해주는 거라 생각했다. 강직하고 우직한 모습이 매력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초반에 살도 많이 뺐다. 그런데 먹는 거나 이런 게 습관이 되고 일정이 힘들다보니 계속 자꾸 살이 빠지더라. 그러다 너무 날카로워 보여서 파트2에서 살을 찌웠다.

▲ 사극이 힘들었나보다.

처음 하는 게 많았다. 대사도 많이 보게 되고. '미스터 션샤인'때 잠깐 하긴 했지만 제대로 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건, 감정적으로 연기하는 게 힘들었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딱히 기억이 안난다. 전쟁 장면을 찍을 때 조금 추웠던 거 같긴 하다.

▲ 연준이 길채에게 갖는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그 동네에서 나고 자란, 가족 같은 여인이라고 생각한 거 같다. 물론 '잠깐 흔들렸다'는 내용을 내비쳤지만, 사랑하는 건 아니었다. 가족 같은 마음인 거 같다.

▲ 부부로 나온 이다인과 호흡은 어땠나.

항상 잘하는 배우다. 특히 슬픈 연기를 잘하는데, 그걸 보며 함께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임신 소식을 듣고 '축하한다'고 하고 앞으로 찍을 장면에 대해 걱정했더니 '상관없다'고 하더라. 정말 씩씩했다. 제가 뭘 더 해줄 수 있는 건 없고, 항상 빨리 촬영해주려 했다. 실수하지 말자 싶었다.

▲ 이다인 배우도 신혼이고, 이학주 배우도 결혼한 지 얼마 안 됐다. 현실적인 이유로 시청자들이 몰입하는 것에 우려하진 않았을까.

현실적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았다. 이야기의 힘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대본이 너무 재밌고, 보시다 보면 다들 빠져들 거라 생각했다. 아내는 제가 TV에서 연기하는 걸 같이 보는 걸 좋아한다. 스킨십 장면이 나오더라도, 제가 집에선 더 세게 안아주니까.

▲ 남궁민이 연기한 장현과 사사건건 대립했는데, 실제로는 어땠을까.

남궁민 선배와는 정말 좋았다. 파트2에선 만날 일이 별로 없어서 막판엔 정말 오랜만에 촬영장에서 만났는데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연기할 때 '이런게 담기면 안 된다' 걱정할 정도였다. 그렇게 반가움을 말로 해주시는 거 자체가 고마웠다. 또 디테일이 있는 선배였다. 촬영하면서 테이크를 1번 가고 2번 가면서 변화를 주는 게 너무 신기했다. 계획도 잘해오시고, 현장에서 느껴지는 걸 반영해서 더 좋은 걸 만들어내는 걸 보면서 신기했다.

▲ 본인은 어떻게 연기하는 스타일인가.

미리 계획해서 그대로 하려는 스타일이다. 안 그러면 불안하니까. 그런데 선배가 하는 걸 보면서 조금씩 변주도 주면서 따라 했다.(웃음) 그렇게 스스로를 열어보려고 노력했다.

▲ 종방연이 3차에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는 소문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좋았다. 무슨 얘기 했는진 술을 먹어서 기억이 안 난다.(웃음) 촬영장에서 커플도 많이 나왔다고 하던데, 종방연 때에야 알았다. '언제 이렇게 했대' 싶었다.

▲ '연인'은 1년 가까이 촬영한 작품이다. 긴 촬영이 힘들진 않았나.

오랫동안 촬영하면서 그 캐릭터 안에서 오래 살았다. 그래서 집중이 더 잘된 거 같다. 오래 연기했던 게 더 좋았던 거 같다. 짧게 하고 끝내면, 시간 자체가 짧으니까 아쉬울 수 있었는데 길게 그 캐릭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 '연인'의 인기를 실감할 땐 언제였나.

옆에서 알아보고, 최근에 카페에 갔는데 사장님이 '드라마를 진짜 안 보는데 '연인'은 본다'고 해주시더라. 보통은 젊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는데, '연인'을 하면서 세대를 불문하고 다들 좋아해 주시는 거 같다. 부모님도 좋아하신다. 이제 부모님도 인정해주신다. 전화가 와서 '잘 봤다, 좋았다'고 하셨다.

▲ 본인이 생각하기에 왜 이렇게 '연인'이 사랑받았을까.

백성들의 삶을 조명한다는 것에 포인트가 있었던 거 같고, 거기에 절절한 사랑이 있어서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신 거 같다. 또 사극이 주는 매력이 있다. 평생 가보지 못한 장소를 가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거 같다. 사극이라는 장르에 다음에도 도전하고 싶다.

▲ 연준과 실제 성격의 싱크로율은 어떨까.

거대한 이상을 품지만, 부족한 걸 깨닫는 인간이라는 점에서 같은 거 같다. 가령 연기에 있어서도 '이렇게 하자' 준비해 갔다가도 상황에 맞춰 변주하는 유연한 부분이 있으면 좋은데, 그 부분이 좀 부족하다. 그걸 깨닫고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다. 초반엔 연준을 판단하려 했다면, 어느 순간 '나도 연준 같은 사람 아닌가' 느껴졌다. 그때부턴 자연스러워진 거 같다.

▲ 전작들을 보면 코미디도 잘하는데, 최근엔 진지한 캐릭터를 많이 한 거 같다.

이제 다른 걸 하면 될 거 같다.(웃음) 제가 선호하고 이런 건 없다. 그런데 요즘은 가벼운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조금은 풀어져 있는 것도 해보면 좋겠다.

▲ 작품 선택의 기준이 있나.

시나리오가 재밌어야 한다. 제가 재밌는 게 봐야 하는 거 같다. 정해놓은 기준이 있다기보단, 딱 읽었을 때 '재밌다' 느끼는 것들이 있다. 장르, 캐릭터에 대한 선호가 있다기보단 그냥 글 자체의 재미가 있는 게 재밌는 거 같다.

▲ 연준은 왜 은애에게 끌렸고, 인간 이학주로는 길채와 은애 중 누가 더 좋을까.

연준에겐 은애가 당연한 수순으로 운명 같은 끌림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냥 연준에게 맞는 짝은 은애였던 거 같다. 인간 이학주로는 길채 같다. 아내는 길채 같다. 삶의 에너지와 귀여움과 당찬 그런 모습들에 제가 기대는 사람이다. 같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계속 함께하고 싶고,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 아내를 공개할 생각은 없나.

그런 부분에 있어서 수줍음이 많다. 방송 요청이 와도 안 할 거 같다. 저희끼리 잘 살고 싶다. 이런 얘길 하면 집에서 어떻게 반응하려나. 없는 얘기를 한 건 아니니까.(웃음)

▲ 차기작이 정해진 게 있을까.

'LTNS' 방송이 내년 초로 예정돼 있다. 부부의 이야기인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 같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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