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뜻하지 않은 행운’이라는 의미를 가진 말이다. 과학연구에서는 연구 중 벌어진 엉뚱한 실수가 오히려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2차원 신소재인 그래핀(graphene)과 맥신(MXene) 역시 실험실의 세렌디피티에서 얻어진 것들이다. ‘꿈의 소재’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소재 특성이 우리 일상을 크게 변화시킬 부분이 많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로 만들어진 물질로 평면 벌집 모양의 구조다. 2001년 안드레 가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팀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흑연 시료가 묻은 스카치테이프에서 이 물질을 찾아냈다. 가임 교수팀은 이후 스카치테이프를 흑연에 붙였다 떼었다 하는 작업을 수도 없이 반복하며 그래핀을 연구했고, 2010년에는 노벨 물리학상까지 받았다.
그래핀은 현존하는 소재 중 가장 얇은 물질이지만 구리보다 100배 이상으로 높은 전기전도도를 지니면서, 기계적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 우수하다. ㎜ 두께 수준의 그래핀 시트는 2t짜리 자동차를 지지할 수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실리콘 대체 소재로 주목하고 있고, 2차전지 분야에서도 배터리 성능을 개선해주는 물질로 연구가 활발하다.
그래핀 이후 ‘꿈의 소재’로 주목받는 2차원 물질 중에는 2011년 발견된 맥신도 있다. 이 소재는 현재 전자파 차폐 부분에서 연구가 활발하다. 5세대(5G) 통신 및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자파 간섭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핀과 마찬가지로 우수한 전기적 특성을 띠고 있어 2차전지, 태양전지 등의 전극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탄소 원자로만 구성되는 그래핀과 달리 다양한 전이 금속으로 조합이 가능해 여러 특성을 구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런 2차원 소재는 국내 벤처기업과 연구소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며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다. 그래핀 분야에서는 CVD(화학적 기상 증착법) 합성 방식을 활용하는 그래핀스퀘어가 최근 ‘그래핀 라디에이터’ 같은 상용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해당 제품은 타임지 선정 ‘올해 최고의 발명’에 뽑히기도 했다.
기능화그래핀(UCMG) 기반의 배터리 소재를 개발하는 베스트그래핀과 친환경 공정 과정의 비산화 그래핀을 양산하는 케이비엘러먼트 역시 올해 벤처캐피털로부터 각각 8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맥신 분야에서는 최초 발견자인 유리 고고치 교수팀과 국내 연구진 및 기업들의 협업이 활발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KAIST 등은 2년 전부터 공동 논문 발표, 특허출원 등을 함께 진행해오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이오플로우는 2021년 미국 자회사를 통해 드렉셀대학으로부터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맥신을 인공신장 분야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는 이노맥신이 고순도 맥신을 저렴한 가격에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고고치 교수팀과 공동연구 및 특허출원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그래핀 시장은 2025년 535억달러(약 69조원)로 추정된다. 맥신 글로벌 시장도 매년 꾸준히 성장해 2025년에는 6600만달러(약 856억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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