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드라마를 더욱 반짝이게 한 배우 려운이었다. 지난 14일 막을 내린 tvN 월화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코다(CODA) 소년 은결(려운 분)이 1995년으로 타임슬립해 어린 시절의 아빠(최현욱 분)와 함께 밴드를 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려운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극을 이끌 뿐 아니라 가족 중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코다 설정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의 몰입도를 끌어 올렸다.
려운은 '반짝이는 워터멜론'을 집필한 진수완 작가의 전작 "'해를 품은 달', '킬미힐미'를 모두 재밌게 봤다"며 "캐스팅이 확정된 후 정말 뼈를 갈아 넣었다"면서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뽐냈다. 실제로 아버지가 밴드의 기타리스트였다고 밝힌 려운은 "한 번도 과거의 아빠와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옛날의 아빠와 술도 먹고, 기타도 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아빠도 '반짝이는 워터멜론'을 보시며 '옛날 생각이 난다'면서 좋아하신다"면서 웃었다.
수어도 배워야 했고, 천재적인 기타리스트라는 설정을 소화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았다. 려운은 "특히 힘들었던 것을 꼽아 달라"고 묻자, "모든 게 다 힘들었다"면서 미소 지었다.
"기타 고수의 느낌을 보여주는 게 어려웠어요. 직접 연주하는 것보다 능숙한 폼을 더 많이 연습한 거 같아요.(웃음) 아빠에겐 배우지 않았어요. 전문 선생님에게 능숙해 보이는 모습들을 배우고, 연습했어요. 수어도 코다라 어릴 때부터 능숙하게 하기 위해 자기 전에도 하고, 생활에도 접목해서 계속했어요. 그래도 연기에 신경을 쓰면 손이 꼬이고, 손에 신경을 쓰면 말이 꼬여서 어려움이 있었죠."
극 중 은결은 아버지 하이찬(최현욱 분)과 어머니 윤청아(신은수 분)를 이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가 겪은 학대에 분노하고, 아버지에게서 소리를 앗아간 사고를 막기 위해 몸을 던진다. 특히 마지막 회에서는 시청자들의 눈물샘까지 자극하는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마지막까지 활약했다.
려운은 "작가님이 글을 몰입감 있게 잘 써주셔서 저도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나왔다"며 "2부에서 아빠랑 대립하는 장면도 리허설도 못 할 정도로 펑펑 울었는데, 마지막에도 대본 리딩을 하지 못할 정도로 눈물이 났다"면서 극에 오롯이 빠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일어난 일은 결국 일어나는 거 같다"며 "그래서 너무 슬펐지만, 결말엔 만족한다"고 전했다.
려운은 1998년생으로 올해 25세로 실제로는 아버지를 연기한 최현욱보다 형이다. 그런데도 이질감 없이 완벽한 교복 핏을 보여주며 풋풋한 청춘의 모습을 소화했다. '려운'이라는 이름에 교복까지 잘 어울리는 비주얼로 "아이돌 출신이 아니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지만, 그는 "그런 오해 많이 받았다"면서 "선배님들도 그렇게 알고 계신 분들이 많았다"면서 웃어넘겼다.
"본명은 고윤환인데, 회사에서 이름을 부르기 어렵다고 해서 가명을 쓰기로 했어요. 어머니가 작명소에서 몇 개 받아오셨는데, 그중에 려운이 낫다고 하더라고요. 아름다울 려(麗), 운치 운(韻)을 써요. 원래는 조진웅 선배처럼 아버지 이름을 쓰고 싶었어요."
'반짝이는 워터멜론' 촬영을 마무리한 려운은 태국과 일본에서 단독 팬미팅 투어를 진행했다. "아직도 인기가 실감이 안 난다"는 려운은 "처음에 표가 매진됐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회사 대표님에게도 '이상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SBS '꽃선비 열애사'에 이어 '반짝이는 워터멜론'까지 주연을 꿰차며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도 50만명이 늘어난 려운은 단연 '대세'라고 할 만하지만, "팬미팅을 하며 과분한 사랑을 실제로 마주해도 믿기지 않았다"며 "그 모습을 보며 팬들을 위한 콘텐츠 촬영도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겠다 싶었다. 솔직히 이전엔 저에게 팬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웃음) 덜 적극적이었던 거 같다"고 고백해 폭소케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계속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올해 데뷔 7년 차인데 초반엔 진짜 힘들었어요. 오디션도 안됐고, 작품도 쉽게 못 했죠. 그래서 이 직업이 좋지 않았어요. 현장에 가는 것도 두렵고, 긴장도 많이 하고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연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이 직업을 길게 오래 하고 싶어졌고요. 연기도 더 잘하고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