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 대비 얼마나 반영할 것인지 정하는 ‘현실화율 로드맵’ 발표를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미뤘다.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일부 수정하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20일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에 발제자로 나선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부분적인 개선만 해서는 구조적인 문제와 추진 여건상 한계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현실화율 로드맵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시가격의 적정한 수준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며 추가적인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부동산 가격에 대한 정부의 기초 행정자료로,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등 각종 부담금 산정 기준이 된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공시가격을 주택 유형별로 최장 2035년(아파트는 2030년)까지 시세의 90%로 끌어올리겠다는 현실화 계획을 2020년 시행했다. 이후 공시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국민의 조세 부담이 커지자 윤석열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재검토해왔다. 올해 공시가격은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69%)으로 낮추고 현실화율 로드맵을 다시 마련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유리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공청회에서 “공시가격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하는 게 바람직한지, 다른 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고려해 방향성을 잡아가야 한다”며 “추가로 계속 연구를 진행하고 논의해나가며 제도를 다듬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수정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됐던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과 관련해 제도 폐지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학계와 시민단체도 공시가격 제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날 토론에 나선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지하고 새로운 공시 적용 비율을 넣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의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내년 공시가격은 최근 하락한 주택 매매가격과 가계 부담 등을 고려해 올해보다 낮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송 부연구위원은 “최근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해 가계의 이자비용이 급증하고 소비지출 여력이 줄어들었다”며 “내년 가격 공시를 위해 대내외 경제 여건과 국민 부담 완화 등을 고려한 조치를 별도로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내년 공시가격 관련 계획을 이달 발표할 전망이다.
김소현/서기열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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