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한동훈 출마 가닥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원 장관과 한 장관은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간 정치권에선 두 사람이 내각에 남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윤석열 대통령 측근인 만큼 차기 총리로 자리를 옮길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하지만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출마 기류가 강해졌다고 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재·보궐 참패 이후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에서 두 장관에 대한 차출 요구가 커졌다”며 “출마 제안이 직접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원 장관 측 인사는 “(원 장관이) 총선 출마 쪽으로 생각이 많이 기울어 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역할을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간다. 우선 두 사람 모두 대외 인지도를 갖춘 만큼 전국 총선을 지휘할 선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경우 전국을 오가며 선거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비례대표 당선권 순번이나 ‘텃밭 지역구’에 공천을 부여하는 안이 거론된다.
최근에는 야권 거물급 인사와 맞붙기 위해 험지에 ‘자객 공천’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급부상 중이다. 한 장관은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가 출마지로 거론된다. 원 장관은 본인이 3선을 한 서울 양천과 거주지인 동작을 비롯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정청래 의원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과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 등이 언급된다. 이 중 여권에선 고양갑에 출마해 1기 신도시 재건축 성과를 앞세워 험지인 경기도에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요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 인사는 “인지도 없는 영남권 중진이 험지에 나가봤자 일반 유권자는 대부분 모른다”며 “한 장관, 원 장관 같이 인지도 있는 인사가 험지로 나가야 선거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했다.
“대권 가도에도 영향 미칠 것”
향후 거취에 따라 대권 주자로서의 정치적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재선 의원은 “선대위원장을 맡았다가 총선에서 패배하면 ‘책임론’에 휘말려 대권 가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선대위원장은 리스크가 큰 선택지”라고 내다봤다. 여권 한 관계자는 “거물급과 맞붙으면 선거에서 지더라도 ‘당을 위해 희생했다’는 인식이 남는다”며 “지역보다 상대가 누구인지가 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선거 경험이 없는 한 장관이 선거판에서 플레이어는 몰라도 감독을 맡기엔 무리”라고 했다.다른 내각 인사의 출마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재선 의원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경기 성남 분당을 출마가 예상된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각각 부산과 충남 천안이 출마지로 거론된다.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수도권이나 모교인 KAIST가 있는 대전에서 출마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서울에서 4선을 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유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