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문자격사인 경영·기술지도사들은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의 경영 애로에 최적화된 컨설팅을 이어가는 전문가들이다.
경기 안산시에 위치한 반도체 및 장비 기계부품 가공 전문기업인 A업체는 생산에 투입해 가공한 뒤 ‘스크랩’이 수시로 발생하는 고충을 겪었다. 스크랩(scrap)은 금속 원자재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사용하고 남는 ‘자투리 부분’을 일컫는 용어다. 재활용이 어렵고 보관하기도 쉽지 않아 단순 폐기하는 경우가 많다. A업체는 스크랩을 관리하는 별도의 체계가 없었다. 활용 가능한 스크랩 여부를 알지 못해, 새로운 금속 자재를 고가에 매입하는 경우도 잦았다.
A업체를 찾은 경영지도사는 스크랩을 재활용하는 온라인 플랫폼 개발을 도왔다. 제조스마트서비스 정부지원 사업과 연계해 관련 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A업체는 ‘스크랩 공유거래 시스템’의 구현에 성공했다. 스크랩을 사용하는 기업들끼리 실시간으로 스크랩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거래하게 됐다. A업체는 자재 매입 금액을 크게 절감함은 물론, 불필요한 폐기물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관련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
○ 중소기업·소상공인 맞춤형 ‘컨설팅 동반자’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대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한 위기에 임금 문제, 전쟁 리스크 등의 각종 이슈까지 겹쳐 있다. 한 번의 위기로도 크게 경영상의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취약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업종별·상황별 맞춤형 컨설팅이 효과적일 수 있다.
수많은 컨설팅 조직이 활동하는 현시점,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가 눈에 띄는 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컨설팅/지원 사업에 특화됐단 점이다. 중소기업 컨설팅 기본 모델을 개발하고, 제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 분야 혁신 바우처 사업 운영처이기도 하다. 성공드림/희망리턴패키지 등 각종 소상공인 관련 사업도 주관한다.
경영 환경 트렌드에 맞춰 자격증을 새로 따거나 전문가 집단을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다. 김오연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회장은 “데이터 3법이 통과될 즈음에는 데이터융합사업단과 같이 200명이 활동하는 전문가 그룹을 만들기도 했다”며 “데이터 의한 컨설팅을 위해 국가자격증을 따기도 하는 등 자체적으로 공부를 많이 하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중소기업 가업승계지원단’을 출범하기도 했다. 내년도 예정된 가업승계 관련 조세혜택 확대, 정부지원 제도 등을 전문적으로 맡을 수 있도록 전국 경영·기술지도사 80명의 전문가단을 만들고 핵심 전문인력을 선발해 관련 논의를 진행할 별도의 지원단을 구성하기도 했다.
○ 비영리 사단법인에서 법정 기관으로
경영·기술 지도사들의 조직인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는 1986년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2021년부터 ‘경영지도사 및 기술지도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국가자격사 법정 단체로 출범했다. 현재 전국 19개 지회에서 1만7000여명의 지도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경영지도사와 기술지도사들이 각각 전문 분야를 두고 맞춤형 컨설팅에 집중한다. 경영지도사는 △인적자원관리 △재무관리 △마케팅 △생산관리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기술지도사는 △기술혁신관리 △정보기술관리의 두 영역에서 활동한다.
이제 지도사회는 높은 전문성에 기반해 네트워크 경제를 실현하는 데 힘쏟는 중이다. 중소기업혁신연구원, 중소기업 관계법령 활성화 추진단, 소상공인특별위원회, 데이터융합사업단 등 여러 경로를 통해서다. 이를 위해 약 500명의 산업별·분야별 전문가를 두고 20여개의 관련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지도사회는 오는 12월 5일 ‘2023년 경영지도사 및 기술지도사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올해 성과를 정리해 내년도 사업 및 지원 계획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