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경우에는 미사용 연차휴가가 소멸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사용자는 미사용 연차휴가일수에 대하여 통상임금으로 보상해야 하는데,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보상의무를 면책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제도가 바로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이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 사용촉진 제도가 다소간 난해하게 규정된 탓에 실무상 이를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여 우발채무를 부담하게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고, 심한 경우 임금체불로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이하에서는 연차휴가 사용촉진에 관하여 실무적으로 보다 쉽게 그 절차를 풀어서 설명해보고자 한다.
◆1차 촉진: 미사용 일수의 통보와 사용 시기 특정의 요구
연차휴가 사용촉진은 크게 1차 촉진과 2차 촉진으로 나뉘어진다. 그 중 1차 촉진과 관련하여, 근로기준법은 연차휴가를 행사할 수 있는 1년의 기간이 종료되기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사용자가 근로자별로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 일수를 알려주고, 근로자가 그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도록 서면으로 촉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제61조 제1항 제1호).
위 절차를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가령 어떤 사업장에서 연차휴가를 매년 1월 1일 일괄하여 부과하고 그로부터 12월 31일까지 사용하도록 하는 경우, 연차휴가를 행사할 수 있는 종기(매년 12월 31일)로부터 6개월 전(매년 6월 30일)을 기준으로 그로부터 10일 이내(매년 7월 1일부터 10일까지)에 1차 촉진을 해야 한다.
이 때 사용촉진은 ‘서면’으로 하도록 근로기준법상 규정되어 있다. 그에 따라 사용촉진은 종이문서를 통하여 하는 것이 원칙이나, 최근 대부분의 사업장들은 종이문서를 없애고 전자결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회사가 전자결재체계를 완비하여 전자문서로 모든 업무의 기안, 결재, 시행과정이 이루어져 근로자 개인별로 명확하게 촉구 또는 통보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전자문서를 통하여 사용촉진을 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이다.
1차 촉진에는 △근로자별로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 ‘일수’를 알려주어야 하고 △근로자에게 그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 2차 촉진과 달리, 1차 촉진시에는 근로자별로 미사용 휴가 일수만 특정하여 알려주고, 이를 언제 사용할 것인지는 근로자가 정하여 회신할 것을 촉진하면 족하다.
◆2차 촉진: 미사용 일수에 대한 사용 시기 지정 통보
2차 촉진은 언제나 필요한 것은 아니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2차 촉진은 생략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은 1차 촉진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1차 촉진을 받은 때부터 10일 이내에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의 전부 또는 일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지 아니하면, 사용자는 2차 촉진을 진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61조 제1항 제2호). 즉 사용자가 1차 촉진을 적법하게 진행하고 그에 따라 근로자가 10일 이내에 미사용 휴가일수 전부에 대하여 사용 시기를 특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했다면, 사용자는 2차 촉진을 진행하지 않을 수 있다. 상당수의 기업들은 2차 촉진으로 인한 부담을 덜기 위하여 가급적 1차 촉진 이후 10일 이내에 전체 근로자들이 미사용 휴가일수 전부에 대하여 사용 시기를 특정하여 제출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근로자가 1차 촉진 이후 10일 이내에 사용 시기를 특정하지 않거나, 또는 미사용 휴가일수 중 일부에 대해서만 특정한 경우, 사용자는 2차 촉진을 진행해야 한다. 2차 촉진은 연차휴가를 행사할 수 있는 1년의 기간이 종료되기 2개월 전까지 사용자가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하여야 한다.
위 절차를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가령 어떤 사업장에서 연차휴가를 매년 1월 1일 일괄하여 부과하고 그로부터 12월 31일까지 사용하도록 하는 경우, 연차휴가를 행사할 수 있는 종기(매년 12월 31일)로부터 2개월 전(매년 10월 31일)까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그 때까지 미사용한 휴가일수 전부에 대하여 임의로 사용 시기를 지정하여 사용하도록 2차 촉진을 해야 한다. 10월 31일을 지나 2차 촉진을 하거나, 미사용 휴가일수에 대한 사용 시기를 지정하지 않고 통지한 경우 등에는 2차 촉진의 적법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2차 촉진 역시 서면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1차 촉진과 마찬가지로 고용노동부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이를 전자문서로 갈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무수령거부 통지
근로기준법은 1, 2차 촉진에 대하여만 규정하고 있으나, 대법원과 고용노동부는 이것 외에도 노무수령거부 통지까지 필요하며 그 경우에만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한 보상의무를 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휴가일에 근로한다는 사정을 인식하고도 노무의 수령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지 아니하거나 근로자에 대하여 업무 지시를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가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어 사용자는 근로자가 이러한 근로의 제공으로 인해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에 대하여 여전히 보상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새기고 있다.
만약 1, 2차 촉진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연차휴가가 예정된 날에 출근하여 근로하려는 경우, 사용자는 해당 근로자에게 노무수령거부의사를 통지하여야만 최종적으로 연차휴가 미사용에 따른 금전보상의무를 면할 수 있다.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여 2차 촉진을 생략할 수 있는 경우에도, 근로자가 예정된 연차휴가일에 출근한 때에는 노무수령거부를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노무수령거부의 방법으로 사용촉진과 마찬가지로 ‘서면’을 통한 방식, 즉 해당 근로자의 책상 위에 ‘노무수령 거부의사 통지서’를 올려놓은 경우를 원칙적인 모습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메일을 통한 노무수령거부 의사표시는 적절한 시기에 열람하지 않을 여지가 높기에 근로자가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의 의사표시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이 존재한다. 하지만 종이문서의 활용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최근 대부분 사업장들의 추세임을 감안할 때 위와 같은 행정해석은 다소 완화될 필요가 있으며, 회사가 전자결재체계를 완비하여 전자문서로 모든 업무의 기안, 결재, 시행과정이 이루어진다면 그를 통하여 노무수령거부를 통지하는 경우에는 그 적법성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하여 금전보상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이는 임금체불이 되어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 사용자가 연차휴가 사용촉진을 진행한 경우에도 그 절차가 일부라도 근로기준법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에는 미사용 연차휴가가 소멸하지 않고 사용자는 금전보상 의무를 부담하게 되며, 그에 따라 민사상 우발채무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다만 현재의 연차휴가 사용촉진 제도는 다소간 복잡한 측면이 있어 이를 실무상 완벽히 구현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현실이다. 향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입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구교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