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 선거관리위원회에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이 담긴 의문의 편지가 잇따라 배달돼 공포가 조성되고 있다. 일부 지역 선관위는 해독제 날록손을 비축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조지아·네바다·캘리포니아 등 6개 주 선관위와 관공서 건물에 펜타닐이나 흰색 가루, 협박과 모호한 정치적 상징이 담긴 편지가 배달됐다. 2001년 5명의 목숨을 앗아간 탄저병 공격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몇몇 선거 공무원들은 날록손 비축에 도움을 받기 위해 지역 경찰, 소방서 및 보건부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해당 편지 중 일부에선 반(反)파시스트 상징과 무지개 깃발, 오각형 무늬가 발견됐다. 이들은 종종 좌파 진영과 연관되지만, 보수 진영이 좌파를 낙인찍고 고정관념을 만드는 데 쓰이기도 한다고 AP는 지적했다.
같은 양의 헤로인보다 50배 강력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받는 펜타닐은 알약으로 압축되거나 다른 약물과 혼합돼 미국 내에서도 과다복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약물이다. 잠깐 만지는 것만으로는 과다 복용이 발생하지 않고, 공기 중에 떠다니며 흡입 시 치명적인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분말 탄저병과 달리 우발적인 노출로 인한 치명적인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하지만, 공포는 커지고 있다.
날록손을 비축하고 있는 시애틀 킹카운티 선거국의 투표개시 직원을 이끌고 있는 엘돈 밀러는 "우리 팀은 선거에 따라 수천 또는 수백만 개의 투표용지를 공개하기 때문에 (펜타닐 편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8월에 처음 펜타닐이 포함된 편지를 받은 후, 저는 항상 팀원들에게 '여러분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수상한 편지를 받지 않은 애틀랜타 교외 체로키 카운티 선거국장 앤 도버는 "선거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달라"며 "많은 사람이 현장을 떠나고 있다. 이건 신체적 손상을 가하겠다는 위협이 아닌 정서적, 정신적 학대"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편물을 특정 장소에 두고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우편물을 열도록 한 사람을 지정하는 등 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래드 라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실은 애틀랜타 풀턴 카운티의 선거 공무원에게 전달되는 편지에서 펜타닐 양성 반응이 나온 후, 금주 내로 주의 159개 카운티에 날록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래드 장관은 "아들 중 한 명이 약 5년 전에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고 언급하며 "이 물질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펜타닐이 담긴 편지 배송에 대해 FBI와 미국 우편검사국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