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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채용과 인사관리 전반에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한국의 인적자원(HR) 문화가 바뀌고 있다. 예전엔 엑셀에 정보를 직접 기입하는 식의 아날로그 방식으로 관리했다면 이젠 각 영역에 맞는 버티컬 HR 솔루션을 활용해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 수시채용, 서류전형 생략, 잦은 이직 등 최근 달라진 인력시장 트렌드에 따라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적극적으로 HR SaaS를 활용하는 모습이다. HR SaaS를 개발한 스타트업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MZ 인사담당자들 사이서 '입소문'
HR 스타트업인 두들린에 따르면 두들린이 운영하는 채용관리 분야 SaaS인 '그리팅' 고객사가 4000곳을 돌파했다. 정식 서비스 출시 2년만의 성과다. 야놀자, 컬리, 삼쩜삼, 무신사, 쏘카 등 스타트업들과 카카오게임즈, LG디스플레이, 넥슨 등 대기업이 고객사다. 두들린 관계자는 "MZ 인사담당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며 "빠른 업데이트가 가능한 SaaS의 특성을 살려 고객 피드백을 적극 반영, 지난해 1년간 기능 업데이트만 700번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리팅을 쓰는 인사 관리자는 여러 채용 플랫폼에 흩어져있는 지원자 정보를 그리팅 플랫폼 내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다. 여러 채용 플랫폼에 채용 공고를 쉽게 배포하고, 해당 링크에 지원한 사람의 정보는 그리팅에 자동으로 접수된다. 이전까지 엑셀 등에 정리했던 채용 담당자의 작업량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기업들이 맞춤형으로 채용 사이트를 만들 수도 있고, 지원자 평가와 면접 일정 솔루션 등도 제공한다.
기업 대상 채용분야 SaaS는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다. AI 자소서 평가 솔루션을 만든 스타트업 무하유는 최근 프리 IPO 투자(상장 전 지분투자) 라운드에서 150억원을 유치했다. 2011년 7월에 설립된 무하유의 첫 번째 외부 투자 유치다. 무하유의 AI 자소서 평가 솔루션 '프리즘'은 최근 3년간 고객사 수가 30% 넘게 늘었다. 매년 120만건이 넘는 자소서 분석이 이뤄진다.대화형 AI 면접 서비스 ‘몬스터’도 출시했다. 신동호 무하유 대표는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2025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스타트업 서비스에 반영된 HR트렌드
과거 인사분야는 기업간거래(B2B) 시장 중에서도 신기술 적용이 어려운 영역으로 꼽혀왔지만 AI 등 기술의 발전과 코로나19로 달라진 근무방식 영향으로 HR 솔루션을 이용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원자 이력서 관리부터 면접, 채용, 근무관리까지 전 영역에서 자체 기술을 내세운 버티컬 HR SaaS 스타트업들이 등장했다. 이직 시장이 커지면서 평판 조회를 전문으로 표방한 스타트업도 나왔다. 스펙터는 학력, 경력, 자격증 등을 통해 구직자의 서류를 사전 확인하고 구직자 동의 아래 전 직장 인사권자 및 동료들에게 평판 조회를 한다. 대략 3일 정도 걸리는 평판 조회를 통해 업무 성과, 장점과 개선점, 인성 등을 확인한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카드, 신한EZ손해보험, 아워홈 등이 이 업체의 평판 조회를 이용한다.
코멘토는 실무형으로 구직자의 실력을 검증하는 스타트업이다. 기업이 3주간 직무 부트캠프를 운영하고 인재를 채용하는 ‘익스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금까지 동국제약과 한솔그룹이 익스턴십에 참여했다. 동국제약은 연간 채용 목표 인원의 70%를, 한솔그룹은 두 자릿수 이상의 개발자를 익스턴십으로 채용했다.
채용 후 인사관리 스타트업들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통합 HR 솔루션을 운영하는 시프티는 대만 진출 3주 만에 유료 고객사 200곳을 확보했다. 올해 상반기 시프티의 매출은 27억80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0% 성장했다.시프티는 근태부터 인력관리까지 인사업무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SaaS로 제공하는 회사다.
기존 HR회사도 SaaS로 '진격'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채용과 인사 관리에 기술을 접목하는 HR 테크 시장 규모는 2021년 308억 달러 수준에서 2025년 379억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채용과 근무 문화가 수시채용, 잦은 이직 등으로 바뀌면서 이를 반영한 스타트업 서비스들도 늘어나고 있다. 수시채용이 일상화되면서 지원자 이력서와 개별 면접일정 조율이 필요해졌고(그리팅), 챗GPT 등을 자소서 작성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걸러낼 필요가 생긴 데다(프리즘), 이직이 잦아지면서 직원들의 평판체크(스펙터)가 중요해지면서 각 영역에 맞는 서비스들이 새롭게 생겨났다는 것이다.
MZ세대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달라진 근무문화에 적합한 성과관리 솔루션도 나왔다. 디웨일이 개발한 인력관리 SaaS '클랩'은 기존 탑다운 방식의 하향식 성과관리가 아니라 1:1 기반의 성과관리에 초첨을 맞춘 게 특징이다. 동료들의 지속적인 피드백과 1:1 미팅 관리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자욱 디웨일 대표는 "인적자원 관리의 패러다임이 ‘채용-평가-보상’에서 ‘채용-지속적 성과관리-보상-성장-몰입’의 구성원 경험(EX) 관리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직을 막기 위해 수평적으로, 수시로 평가와 보상, 피드백 이뤄지는 체계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기존 HR 회사들도 기업용 HR SaaS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사람인은 공고 게재부터 서류 검토, 면접, 평가 및 합격자 발표까지 한번에 가능한 채용 관리 설루션 ‘리버스’를 선보였다. 인크루트도 비슷한 서비스 인크루트웍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존 인적성 검사의 한계를 보완해 내놓은 게임형 검사 ‘문제 해결 게임(PSG)’이 기업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