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활발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정작 그의 측근들은 신당 합류에 대해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고 있어 궁금증을 촉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의 신당 관련 발언이 '허풍'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아용인'은 신당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음에도 합류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이준석 신당' 합류 여부에 대한 질문에 "아직 어떠한 결정을 제가 내리지는 못했지만 짧게만 말씀을 드리면 저는 국민의 뜻에 따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저보고 (이준석 신당에) 함께 할 거냐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사실 이 질문은 지금은 이 전 대표가 저에게 할 질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자분들께서 용산에 줄기차게 물어봐 주시면 좋겠다"며 이같이 답했다.
신당 합류 여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는 "어떠한 경우에서도 치사하게 안 할 거고 국민들 보시기에 구질구질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신당에 참여할지 여부는 아직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과 대통령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안 그러면 우리 보수 진영 다 죽는 공멸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천 위원장은 "당과 대통령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이 전 대표의 노력에 있어서는 저도 최대한 힘을 보탤 생각"이라며 "창당이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다. 사실 신당 창당이라는 것이 탈당을 수반하는 것인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신중하게 고민해야 된다는 원론적인 말씀들을 많이 드렸다"고 덧붙였다.
'천아용인' 네 사람 중 가장 창당에 부정적인 김용태 전 청년 최고위원 역시 "굉장히 부정적인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이 전 대표가 창당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전혀 생각이 없었던 것에서 이 전 대표의 생각들을 좀 고민해보겠다는 정도"라고 밝혔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12일 '천아용인'을 만나 신당 창당 플랜에 대해 공유한 바 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4시간가량 신당의 가치와 창당 계획, 방향성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오는 12월 27일을 신당 창당 결단의 날로 정하고 "국민의힘 현역 의원 중에서도 신당에 동참할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는 상황이지만, 정작 측근들도 자신 있게 동참 선언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의 '창당' 관련 움직임이 결국 '몸값 키우기' 차원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당 창당이 아니라 '무소속 연대'로 갈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전망도 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신당이라는 게 무거운 주제 아닌가. (신당 창당 가능성) 60%, 61%?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속 빈 깡통이 소리만 요란하다는 말이 있다"며 "간 보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더니 본인의 행동이 전형적인 간 보기"라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 격전지에 '이준석 신당' 간판을 가지고 누가 돈 1, 2억원을 가지고 자기 인생을 걸고 선거에 뛰어들겠냐"며 "이 전 대표가 싫어하지만, 정치적 업적으로 따지면 이 전 대표와 비교할 수 없는 성과를 남긴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 돌풍을 일으킬 때도 수도권에 다 후보를 내지 못했다. 수도권 후보 내는 것 자체가 힘겨웠다"고 꼬집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