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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을 허용하는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한 이른바 '가자지구 4대 원칙'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정면으로 반발해 가자지구 해법을 둘러싼 미국과 이스라엘의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시간) CBS와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의 미래상과 이스라엘이 넘어선 안될 '레드라인'을 구체화한 기본 원칙을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불가 △팔레스타인인의 강제 이주 불가 △미래 테러 세력의 근거지로 가자지구 활용 불가 △가자지구 '영역(territory) 축소' 불가 등을 4대 원칙으로 소개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지금은 팔레스타인자치정부가 서안지구(요르단강 서안)를 통치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우리는 서안지구와 가자지구가 팔레스타인인의 리더십 하에서 다시 연결되고 통일되는 것을 보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에 누가 그들을 통치할지 등 결정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달린 것"이라며 "미국은 그 과정을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존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도 MSNBC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지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목소리와 투표, 자결권을 포함하는 일종의 장기적 통치체제"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모두 독립 주권 국가로 공존하는 '2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축출한 뒤 가자지구를 재점령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측은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CNN 등 미국 방송들과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자치정부가 가자지구의 '비무장화'와 '급진주의 포기'란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실패했다"며 "전후 가자지구는 '다른 당국'에 의해 통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다른 당국'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는 말에는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팔레스타인 측에 가자지구 통제권을 넘길 수 없다면서도 구체적 대안은 내놓지 못한 셈이다.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민간인 희생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가자지구 병원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무고한 민간인들과,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이 전쟁에 말려드는 상황을 보고 싶어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병원이 하마스의 지휘소로 쓰이고 있다"며 강공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지지구 내 양대 대형병원인 알 시파 병원과 알 쿠드스 병원이 이날 운영을 중단했다.
AP통신은 "가자지구 주요 병원 주변에서 격렬한 전투가 일어나 민간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여러 부분에서 미국의 비전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이스라엘의 계획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