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이 “추가로 긴축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도가 느려진 건 맞지만 당장 긴축을 멈추진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시장에서 사실상 Fed의 긴축이 끝났다는 해석이 나오자 이를 경계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콘퍼런스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출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우리가 그런 정책 목표를 달성했는지를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Fed는 지난해 3월부터 거듭된 금리 인상으로 기준금리를 연 5.25~5.5%까지 끌어올렸다. Fed의 긴축 기조로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은 2022년 2월 5.3%에서 올해 9월 3.7%까지 하락했다.
파월 의장은 이에 대해 “나와 동료들은 이런 진전에 만족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지속해서 2%까지 낮추는 과정은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화정책을 더 긴축적으로 바꾸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몇 개월간 좋은 지표로 인해 오도될 위험과 과도한 긴축의 위험을 모두 해결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계속 움직이겠다”고 했다. 최근 미국의 경제 지표가 좋았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또한 “팬데믹이 초래한 수요와 공급 왜곡이 완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공급망 회복이 광범위하게 지속되고 있지만 공급 측면에서 추가로 얼마나 더 개선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는 총수요를 억제하는 통화 긴축정책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이 이날 다소 매파적인 발언을 하자 다우지수가 200포인트 넘게 떨어지는 등 미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에 대해 제프리 로치 LPL파이낸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이 내년 금리 인하 전망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아찔한 경고를 했다” 고 평가했다.
한편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금리가 현재 수준에서 충분히 오래 유지된다면 물가 상승률이 유로존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로 내려갈 것”이라며 “몇 분기 동안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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