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제조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산업재해로 요양하는 기간이 지난 6년 동안 100여 일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이상 장기요양하는 환자 비중도 같은 기간 세 배로 증가했다.
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산재를 인정받은 환자의 1인당 평균 요양 기간은 2016년 206.3일에서 지난해 308.3일로 늘어났다. 경총이 지난 9~10월 대기업 회원사인 여섯 개 조선업 사업장 소속 근로자 1775명, 네 개 자동차 사업장 소속 근로자 1881명의 근골격계질환 산재 요양 기간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이전에는 산재를 당하면 평균 반년 정도 직장을 떠나 있었다면 이제는 10개월 넘게 요양한다는 의미다. 근골격계 산재는 전체 산재 원인 중 절반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장기요양 환자 비율도 급증했다. 2016년에는 전체 환자 중 장기요양하는 비율이 8.0%였지만 지난해에는 24.0%로 늘었다. 환자 네 명 중 한 명은 1년 이상 요양하느라 산업 현장을 떠나 있다는 의미다.
분야별로는 자동차 업종에서 요양 기간 1년 이상인 근로자 비율이 2016년 3.4%에서 지난해 17.5%로 높아졌다. 조선업은 같은 기간 15.5%에서 30.9%로 치솟았다.
이처럼 평균 요양 기간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근로복지공단의 기간 연장 심의 절차가 지나치게 느슨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재를 당해 요양 중인 근로자가 요양 기간을 연장하려면 2~3개월마다 공단에서 심사받아야 한다. 환자의 주치의가 진료계획서를 작성해 공단에 제출한 뒤 승인받는 방식이다.
문제는 주치의가 작성한 진료계획서의 객관적인 검증 절차가 부실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 진료계획서는 자문 의사의 자문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공단은 2018년 공단 소속 산재 병원에서 작성한 진료계획서는 자문 의사의 검토 절차 없이 외부 위원 두 명으로 구성된 ‘요양 검토 회의’에서 승인할 수 있도록 완화했다. 그해 12월엔 외부 위원을 두 명에서 한 명으로 줄였고 2020년에는 아예 공단 산재병원에서 작성한 진료계획서는 관할 공단 지사가 승인할 수 있게 했다. 환자와 밀접한 주치의가 요양 기간을 쉽게 연장하도록 길을 열어준 셈이다. 친노동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면서 승인 절차를 간소화해 달라는 노동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산재 근로자와 공단 소속 산재병원 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재 요양 기간이 늘어나 요양 급여가 많아지면 산재병원 수익이 증가하고 근로자도 쉬면서 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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