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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요일 아침. 독일 국적의 시나 알바네즈 코랄로 대표는 아버지와 해변을 산책하다가 해안가가 녹색으로 변한 걸 발견했다. 클로렐라 같은 미세조류 때문에 해안이 초록빛으로 뒤덮힌 것이다. '이 미세조류로 무언가 좋은 걸 만들 수는 없을까.' 고등학생 때부터 환경 분야에서 창업과 여러 기획을 해온 알바네즈 대표는 미세조류가 갖고 있는 오메가3, 비타민 같은 영양소에 주목했다.
알바네즈 대표가 아버지(귀도 알바네즈 코랄로 최고기술책임자)와 함께 대체 수산물 스타트업 코랄로를 만들기로 결심한 첫 순간이다. 코랄로는 미세조류 발효 기술로 생선 등 수산물과 비슷한 맛과 식감, 영양을 갖춘 대체 수산물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대표 제품은 생선(대구) 필렛. 진짜 생선처럼 찌거나 굽고 튀겨 요리할 수 있다. 코랄로는 독일에 본사를 뒀지만, 해산물 소비량이 많은 아시아를 공략하기로 결정하고 한국에 법인을 세웠다. 알바네즈 대표는 "한국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다른 아시아 국가로 뻗어나갈 수 있는 거점"이라고 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오, 정말 생선 맛이 나요!" 코랄로의 대구 필렛을 맛본 사람들이 보인 반응이다. 부드럽고 포슬포슬한 식감에 너무 비릿한 향은 제거했다. 알바네즈 대표는 "대구 살에 수분이 많은 것을 고려해 너무 단단하지 않은 식감으로 제조했다"고 말했다. 미세조류를 버섯뿌리에 공급, 근육과 유사한 구조를 만들어 오메가3를 보존했다. 대형 발효기를 활용해 산소, 물, 설탕 등을 첨가했다.
알바네즈 대표가 이 제품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건 대체 수산물 분야에서 앞으로 아시아가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수산물 섭취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습니다. 한국은 아시아 트렌드를 선도하는 국가라 한국 시장에서 자리잡으면 다른 시장으로 나가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에 법인을 세우고 유럽 투자사 2곳과 함께 한국 투자사인 빅뱅엔젤스의 투자까지 받은 이유다.
코랄로의 대체 생선이 처음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건 아니었다. "처음엔 유럽 버전 제품을 가져왔는데, 한국에서는 맛이 너무 비리다는 반응이 나왔어요. 한국 현지 입맛을 고려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제품에 더 부드럽고 더 달콤한 맛을 넣었습니다. 그 이후에 '이제 진짜 생선 같은 맛이 난다'는 반응을 얻었어요." 제형도 한국화했다. "처음엔 작은 초록색 슬라임 같은 모양이었는데, 계속 피드백을 받고 바꿔나가면서 지금의 대구 필렛이 탄생했죠."
코랄로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최한 외국인 창업 스타트업 경진대회 '2022년 K스타트업 그랜드챌린지'에서 우승하면서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정착했다. 알바네즈 대표는 "유럽 제품을 그대로 가져오는 게 아닌 한국 시장에 맞는 제품을 제조해 시장 이해도를 보여줬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레스토랑이나 유통업체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곧 서울의 여러 레스토랑과 협업해 대표 레시피를 공개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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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네즈 대표는 현 코랄로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아버지와 함께 창업했다. 아버지인 귀도 알바네즈 CTO는 유니레버, 레고 등 글로벌 회사와 에그테크 스타트업 파라테라의 CMO, 밀키트 스타트업 말리스푼의 유럽 대표, 푸드테크 스타트업 머쉬랩스의 COO 등을 거친 푸드테크 전문가다. 알바네즈 대표가 미세조류를 활용한 음식을 아이템으로 창업을 고민했을 때 바로 관련 기술을 개발할 수 있던 배경도 아버지 네트워크 덕이었다.
알바네즈 대표는 "미세조류는 수퍼푸드"라고 강조했다. 미세조류를 발효시켜 대체 수산물을 만드는 회사는 전 세계에 코랄로가 유일하다. 그는 "다른 식물성 대체식품의 함정은 기본적으로 맛이나 식감이 좋지 않거나 그다지 영양가가 없다는 것"이라며 "미세조류와 버섯뿌리를 활용해 맛과 영양가를 다 갖춘 제품을 만들면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일 거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알바네즈 대표도 환경 분야에서 이미 창업을 했던 경력이 있다. 고등학교 때 재활용 공책을 만든 게 시작이었다. "종이가 너무 많이 낭비된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글씨가 지워져서 다시 쓸 수 있는 공책을 만들었죠." 재활용 공책 스타트업 리플랜알을 창업해 회사를 이끌었다. 지속가능 패션 스타트업 라그나로크클로싱에서도 신사업 분야를 맡았다. 이 때 경험이 모두 코랄로 창업에 도움이 됐다.
알바네즈 대표가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도 지속가능성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고, 모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해양 생태계를 만드는 게 코랄로의 비전이다. 코랄로는 제품생산 과정에서 땅을 사용하지도 않고, 발효과정에서도 물과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다. 알바네즈 대표는 "코랄로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토지 사용량 등이 어획은 물론 양식 수산물이나 다른 대체 수산물 제품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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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시아에 수산물의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수산물 산업의 가장 큰 수요는 아시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최대의 수산물 생산자이자 소비자죠. 대체 수산물 역시 아시아에서 발전할 거라고 생각해요." 알바네즈 대표가 코랄로의 대체 수산물 브랜드인 '뉴피쉬'를 선보일 국가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다. "한국은 트렌드의 선두주자입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어요.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대만까지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독일 출신인 알바네즈 대표가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네트워크도 없었고, 대체 수산물 시장의 전망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젊은 여성이라는 점도 현실적인 장애물이었다.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일도 어려웠다. 공장을 찾아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보자고 설득해야 했다. "콜드콜이 일상화된 유럽과는 달리 한국은 신뢰를 먼저 쌓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우리가 이 일에 진심이라는 것을 계속 보여주면서 설득했어요. 좋은 한국 투자사와 여러 파트너들을 만날 수 있었던 배경이죠."
대체 수산물 산업은 이제 시장 초기단계다. 코랄로는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시장의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코랄로 같은 대체 수산물 스타트업이 얼마나 경쟁력있는 제품을 만드느냐에 따라 시장의 성장 속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알바네즈 대표는 강조했다. "203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예상되는 해산물 부족량은 3500만톤이나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시장의 잠재 규모는 67조원이고요. 사람과 바다생물이 공존해나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코랄로의 목표입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참, 한 가지 더
대체 수산물, 드셔본 적 있나요?
대체식품이란 동물성 원료 대신 식물성 원료, 미생물, 세포배양물 등을 사용해 기존 육류, 해산물 등 단백질 식품의 맛과 조직감을 유사하게 구현한 제품이다. 현재 푸드테크 산업의 가장 핵심 분야다.
이중 대체 수산물은 생선 등 수산물의 맛을 비슷하게 구현한 대체식품이다. 한국은 대체 수산물 분야에서 시장성이 높은 국가로 평가받는다. 2021년 유럽위원회 공동연구센터 (JRC)에서 조사에서 한국의 1인당 연간 해산물 소비량은 58.4kg으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많았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맞물려 대체 수산물 시장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는 추세다. 현재 한국에서 대체 해산물 분야의 주요 제품군은 식물성 참치캔이다.
대체 수산물은 보통 식물성과 세포 배양 해산물 두 가지로 나뉜다. 글로벌 대체 해산물 관련 기업 120여곳 중 75%가 식물성 대체 해산물 관련 기업이다. 미국의 대체 해산물 회사들의 연구개발 및 판매가 가장 활발하다. 영국, 네덜란드, 캐나다, 싱가포르 순이다.
글로벌 식물성 해산물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4210만 달러(약 560억원) 수준이다. 2031년엔 약 13억 달러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기준 미국의 식물성 대체 해산물 매출은 약 1200만 달러, 전체 식물성 대체식품 시장 비중의 약 29%를 차지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