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는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학살하기 위해 만든 강제수용소로, 이곳에서 약 600만 명이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유럽 전체 유대인의 80%에 해당하는 숫자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 빅터 프랭클 박사는 강제수용소 네 곳을 옮겨 다녔지만 끝내 살아 돌아왔다.
1905년생인 빅터 프랭클 박사는 1940년대 초반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수용소에 끌려갔다. 나치의 손가락이 오른쪽을 가리키면 살고, 왼쪽을 가리키면 바로 가스실로 직행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죽음을 모면했다.
신경학과 정신의학 두 분야를 전공한 교수이자 정신과의사였지만, 강제 노역에 동원되어 부실한 음식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죽음보다 더 힘든 고통을 당했다.
책으로 펴내기 위한 원고를 옷 속에 감추고 있다가 빼앗긴 프랭클 박사는 영하 16℃의 날씨에 얼어붙은 땅을 파고, 오물을 치우고, 잠시 고개를 들었다가 개머리판으로 얻어맞으면서도 견뎌냈다. 벼룩과 이에 시달리다 부종으로 부풀어 오른 맨발을 신발에 밀어 넣는 일이 너무도 힘들었지만, 발이 너무 부어 맨발로 눈 위를 걸으며 우는 동료 앞에서 자신의 고통을 내색할 수 없었다.
미래를 상상하며 고통을 이겨냈다
피하지방층이 사라지면서 해골에 가죽과 넝마를 씌워놓은 몰골이 되었고, 내장 기관이 자체의 단백질을 소화시키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몸의 근육이 사라지고 저항력이 바닥나게 되면서 하나둘 죽어나가자 수감자들은 슬픔을 느끼기보다 쓸 만한 신발과 옷을 벗기는 데 열중했다.
시체 앞에서 빵을 뜯어 먹는 무감각한 인간으로 변모했을 때도 ‘수용소 생활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에 다들 몸서리쳤다. 긴장의 끈을 놓치고 포기하는 순간 찾아오는 죽음을 물리치기 위해 프랭클 박사는 잃어버린 원고를 다시 살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작은 종잇조각에 요점이 되는 단어들을 속기로 적어나간 것이다. 괴로움 속에서도 아내를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극소수였지만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마지막 남은 빵을 나누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프랭클 박사는 그들을 통해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괴로운 현실을 잊기 위해 눈을 감고 과거 회상에 몰두한 사람들은 곧 절망했다. 프랭클 박사는 종기로 찢어진 발 때문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작업장까지 몇 킬로미터를 걸어갈 때마다 미래를 상상했다. 쾌적한 강의실에서 ‘강제 수용소에서의 심리 상태’를 강의하는 자신을 그리며 고통을 이겨냈다.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아라
전쟁이 끝나면서 3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되었을 때 프랭클 박사는 ‘이 세상에서 하나님 이외에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경이로운 느낌을 가졌다.
독일 빈 대학에서 의학박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27권의 저서를 쓴 빅터 프랭클 박사는 ‘로고테라피 학파’를 창시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로고테라피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이은 정신요법 제3학파로 불린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에는 수용소에서 겪은 일과 로고테라피 기본 개념이 실려 있다.
독자들의 요청으로 20권에 이르는 방대한 양을 46페이지로 요약했는데, 저자는 로고테라피를 “환자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을 과제로 삼는다”라고 요약했다. 나치 강제수용소 수감자 중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더 잘 살아남았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만든 학설이다.
3부 ‘비극 속에서의 낙관’은 프랭클 박사가 제3회 로고테라피 세계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스스로를 ‘미래가 없는 세대’로 부르는 젊은이들이 마약에서 위안을 얻는 것을 ‘삶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의 일면을 반영하는 것’으로 진단했다. ‘우울증, 공격성, 약물중독’은 삶이 허무하다는 생각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현실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은 누구나 구체적인 과제를 수행할 특정한 일과 사명이 있다”라고 말하는 프랭클 박사는 힘든 상황이 다가오면 로고테라피 행동강령을 읊조리라고 권한다.
“인생을 두 번째로 사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지금 당신이 막 하려고 하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이미 그릇되게 했던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