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주당 100만원 이상의 이른바 '황제주'가 사라졌다. 한때 황제주였던 에코프로, LG생활건강 등도 주가 내리막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 성장성과 실적이 차기 황제주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황제주는 없다. 지난 7월 장중 153만9000원까지 오르며 황제주에 등극한 에코프로도 이날 고점 대비 52.11% 하락한 73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나증권은 이날 에코프로의 목표주가를 현 주가보다 43.01% 낮은 42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실적이 주가 수준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본질 가치를 초과한 버블의 영역에서 변동성 전투에 참전하는 것은 결국 벌금으로 돌아올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에코프로의 3분기 영업이익은 6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9% 급감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LG화학, 엔씨소프트, LG생활건강,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은 황제주 자리를 유지했다. 다만 주가 만큼의 실적 성장을 이뤄내지 못하면서 황제주 자리를 내줬다. 액면분할을 통해 스스로 황제주 자리에서 내려온 종목도 있다. 삼성전자, 오뚜기, 롯데칠성, SK텔레콤 등은 소액 투자자도 부담 없이 소유할 수 있는 국민주로 변신했다. 주식 접근성을 높여 기업 가치를 끌어 올리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한때 황제주 가운데 주가 하락률이 가장 큰 종목은 LG생활건강이다. LG생활건강은 과거 최고점 대비 80% 이상 떨어졌다. 엔씨소프트(-75.04%), LG화학(-54.47%), 삼성바이오로직스(-29.06%) 등도 하락세다. 이재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황제주의 부진은 결국 펀더멘탈 때문"이라며 "실적이 개선되는 모멘텀이 있어야 투자 심리가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황제주에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목표주가를 100만원 이상으로 제시한 증권사는 10곳에 달한다. 바이오 업황 개선과 함께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된다는 의견이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생산 효율성으로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며 "시장의 관심이 2차전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집중될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분기 창립 이래 첫 분기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10월 기준 누적 수주액은 118억달러(약 15조9000억원)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