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꼬꾸라졌던 지난달 초부터 최근까지 공매도 비중이 컸던 종목의 주가가 공매도 금지 종목보다 훨씬 덜 하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가 조정장에서 주가를 떠받치는 역할을 해 증시 변동성을 줄여준 걸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급격한 조정장이 시작된 지난달 초부터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기 직전인 이달 3일까지 공매도 거래대금이 해당 종목 전체 거래대금의 20%를 넘는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종목은 20개다. 이들 20개 종목의 주가는 이 기간 평균 1.3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3.92%)나 코스닥지수(-7.01%) 조정폭보다 훨씬 양호하다.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이 작은 종목을 포함할수록 평균 하락폭은 커진다. 이 기간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이 10% 이상인 종목은 모두 187개이고, 이들 종목의 평균 하락률은 3.51%다. 코스피200지수와 코스닥150지수에 포함되지 않아 이 기간에도 공매도가 불가능했던 종목은 하락률이 코스피지수보다 큰 4.85%를 기록했다.
조정장에서 공매도 비중이 큰 종목의 주가가 비교적 적게 떨어지는 건, 이들 종목은 주가 하락 시 쇼트커버링(주가가 하락한 뒤 해당 주식을 장내 매수해 공매도를 청산하는 것)이 주가를 떠받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상승장일 때는 근거 없이 오르는 종목이 생기기 쉽지만, 공매도 비중이 큰 종목은 이 경우 장내 매도 물량이 나와 주가 상승을 제한한다. 공매도가 금지되면 이런 기능이 먹통이 된다.
정부가 지난달 "글로벌 투자은행(IB)이 무차입 공매도를 했던 것을 적발했다"고 발표한 뒤 '공매도와의 전쟁'을 벌이는 것과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과잉 대처"라는 지적이 많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당시 글로벌 IB가 공매도를 하고 결제일(T+2) 전에 대차를 해 물량을 맞춰놨는데, 이틀 늦게 차입한 게 이렇게까지 할 일인지 의문"이라며 "금융감독원에게 다른 속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