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있는 면적이 4분의 3 이상이면 전액을 보상해주는 손상은행권 교환 기준을 악용해 의도적으로 조각낸 화폐를 교환하려는 시도가 최근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의로 화폐를 손상한 후 이를 다시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화폐 수를 늘려 부당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7일 한은, 조폐공사 등 화폐 공급자, 시중은행 등 중개자, 소매유통업체 등 사용자 대표기관 23곳과 함께 화폐유통시스템 유관기관 협의회를 열고 이같은 화폐취급업무 수행과정에서의 개선 필요사항 등을 점검했다.
한은은 최근 손상은행권 교환기준과 관련해 변조 은행권을 만든 후 시중은행 창구에서 교환을 시도하는 의심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손상은행권은 남아있는 면적이 원래 크기의 4분의 3 이상이면 전액을, 5분의 2 이상이면 반액을 교환해준다.
산술적으로 전체 화폐 면적의 75%만 있으면 전액이 보장되기 때문에 화폐 4장을 5장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5만원권 4장을 조각내 25만원으로 교환받을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이같은 행위는 불법이다. 한은은 "본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은행권을 변조할 경우 형법 207조에 따라 무기 또는 2년 이상 징역의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이에 대한 주의를 환기해달라"고 당부했다.
화폐 유통 환경에 대해서도 점검했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순발행된 고액권은 최근 수요가 감소하는 반면, 상거래 목적으로 사용되는 저액권은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원화의 경우 공급부족 현상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으나 일부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사례도 있어 유관기관간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비현금지급수단이 확산하면서 현금 사용 감소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과 관련한 우려도 나왔다. 현금 사용 감소가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이어질 경우 국민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스웨덴과 영국 등 주요국에서는 급속한 전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스웨덴은 상업은행의 입출금 서비스 의무를 법제화했고, 영국은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에 화폐유통시스템 감독권을 부여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