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서울 강남구에서 단일 단지 기준으로 가장 큰 개포동 ‘개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가 입주를 시작한다. 통상 대단지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주변 전셋값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최근 개포동 전세가는 연초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하락세를 보인 뒤 다시 반등한 전세시장의 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개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지난달 말 입주를 앞두고 사전점검을 했다. 이 단지는 개포주공 1단지를 재건축한 아파트다. 지하 4층~지상 35층, 74개 동, 6702가구(전용면적 34~179㎡)로 이뤄졌다. 통상 대단지 아파트 준공이 예정된 지역에서는 분양 잔금을 내기 위해 전세를 놓는 집주인이 많아 전셋값이 떨어지지만 개포동 일대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1957가구)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3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9월에는 같은 면적이 12억~12억5000만원 선에서 전세로 거래됐다. 1월 이 단지 같은 면적 전세가가 10억~11억원 선이었으나 1년도 되지 않아 2억~3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같은 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2296가구) 전용 59㎡는 지난달 9억원대 전세가 여러 건 체결됐다. 이 단지 역시 올 초 전셋값이 2억원 낮은 7억원대에 불과했다. 래미안블레스티지와 개포래미안포레스트는 모두 이달 말 입주를 앞둔 개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와 맞닿은 단지다.
강남권 대단지는 교육과 교통 등 생활 인프라가 좋아 전세 수요가 꾸준하다는 분석이다. 또 고금리 지속,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주택 매수 대신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은 1만1000여 가구로 올해(3만470가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신축 품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서울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개포동 K공인 관계자는 “5~6월까지만 해도 전용 84㎡ 10억원대 전세 매물이 있었지만, 지금은 13억원이 평균”이라며 “대단지이지만 실거주하는 집주인이 많아 전세 물량이 생각보다 적다”고 말했다. 이어 “개포동 대단지 아파트 대부분이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고 있어 선호도가 높은 만큼 전셋값이 하락할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소현/정희원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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