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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로 짓고, 망해도 책임 안져 '신공항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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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예산 정국을 앞두고 내년 총선을 겨냥한 ‘신공항 포퓰리즘’이 확산하고 있다. 국내 공항 15개 중 10개가 만성 적자 상태이고 일부 공항은 거점 항공사가 경영난으로 회생절차에 들어간 상황인데도 추진되는 신공항만 10개에 달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신공항 사업을 들고나오는 이유는 ‘손해 없는 장사’여서다. 국가 핵심 교통 인프라인 공항은 건설부터 운영까지 예산을 전액 국고로 조달한다. ‘공짜 선물’을 받고 싶은 지자체의 요구에 표가 급한 정치권과 정부가 동조하면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단위 혈세…지자체 부담 제로(0)
3일 한국공항공사 경영공시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영업손실을 기록한 공항은 무안공항(1068억원)이었다. 2위는 양양공항으로 89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각각 2007년과 2002년 지역 거점공항으로 세워진 무안공항과 양양공항은 개항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양양공항은 거점 항공사인 플라이강원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지난 6월부터 사실상 운영을 멈춰 ‘유령공항’으로 불리는 상황이다. 이들 공항을 비롯해 광주 울산 청주 여수 사천 포항·경주 군산 원주 등 10개 공항이 만년 적자 상태다.

이렇게 공항이 적자를 봐도 지자체는 손해 보는 것이 없다. 지자체가 사업 비용의 30%를 부담하는 광역철도 및 지하철 등 다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달리 공항은 건설부터 운영까지 모든 비용을 중앙정부가 국비로 부담하고 있다. 통상 공항 운영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추진돼 100% 국비사업으로 출발한 후 지자체와 정부 간 협의나 특별법 등에 따라 정부가 경제적 부담을 모두 떠안는 식이다. 3~4㎞ 길이 활주로를 갖춘 대형 공항 건설엔 5조~20조원이 든다. 내년 착공에 들어가는 가덕도신공항의 사업비는 13조8000억원에 달한다. 울릉도공항 같은 소형 공항을 짓는 데도 최대 1조5000억원이 들어간다.

이같이 거액을 들여 건설했는데도 공항 이용률은 저조하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국내 항공 수요가 정점이던 2019년에도 국내 공항 활주로 이용률(활주로 처리 능력 대비 항공기 운항 횟수)은 제주(102%) 김해(73.2%) 김포(62.1%) 등 세 곳만 50%를 넘겼다. 대구는 22.3%, 청주는 13.3%에 그쳤고 나머지는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적자 공항을 지원하기 위해 혈세를 투입하는 일도 다반사다. 정부는 무안공항 활성화를 위해 사업비 2조3000억원을 들여 무안공항과 광주, 목포를 연결하는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천안과 청주공항을 잇는 사업비 5000억원 규모의 복선전철도 2025년 착공할 예정이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교수는 “기존 공항도 놀고 있는데 1~2시간 거리에 또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지자체가 자기 돈을 들이는 일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역공항을 설립하는 게 타당한지 항공전문가에게 평가하라고 했다면 대부분 기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이 된 특별법 제정→예타 면제
정부도 신공항 포퓰리즘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비용 대비 편익(B/C) 등을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조 단위 세금이 투입되는 공항 사업 대부분이 예타를 면제받고 있다. 지역 표심 잡기에 급한 여야가 합심해 예타면제특별법을 추진하면 정부는 이렇다 할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예타 면제가 법으로 결정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각 사업비가 10조원이 넘는 가덕도신공항과 대구경북신공항 모두 특별법 제정을 거쳐 예타가 면제됐다.

국회 전문기관도 정부에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4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내년 설계비 10억원이 반영된 서산공항 건설 사업을 예로 들며 “(경제성 부족으로) 사업 지속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국토교통부의 신공항 건설 사업관리가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황정환/허세민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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