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9시50분께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앞. 친구와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줄을 서있던 일본인 관광객 후카다 유이 씨(27)는 “총 두 시간은 기다려야겠지만 대기 예약을 건 뒤 몰 안에서 화장품을 쇼핑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이 씨 앞뒤론 외국인 관광객들부터 경남 고성군에서 온 수학여행객들까지 100여명의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있었다. 10시30분 문을 여는 ‘런던 베이글 뮤지엄’에 가기 위한 ‘오픈런’ 행렬이다.
롯데월드몰의 공격적인 인기 식음료(F&B) 매장 유치가 예상을 뛰어넘는 집객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인기 맛집이 유명 패션 브랜드 매장보다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앵커 테넌트(핵심 점포)’로서의 역할을 더 크게 할 것이란 롯데백화점의 전략적 판단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인기 F&B 매장으로 젊은층을 대거 끌어들여 전국 1위 백화점 점포를 탈환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노티드부터 '런베뮤'까지...'MZ핫플' 줄입점
3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8월 롯데월드몰에 런던 베이글 뮤지엄이 문을 연 뒤 지난달까지 세 달 간 롯데월드몰의 1층 전체 매장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0% 가량 증가했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 입장을 기다리거나 베이글을 산 뒤 주변 뷰티·패션 매장으로 옮겨간 인원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 매장에서 판매된 베이글의 수만 월평균 30만개에 달한다. 세 달 간 팔린 베이글을 모두 이어붙이면 국내 최고층 빌딩 롯데월드타워(555m) 높이의 180배가 넘는 정도의 양이다. 이 매장은 롯데월드몰 1층 가장 메인 공간에 약 200㎡(60평) 규모로 자리잡았다.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 1층에 F&B 브랜드로는 매우 이례적이다. 신규 매장 공사에만 평균의 2배가 넘는 6개월 이상이 소요됐다. SNS ‘인증샷’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서울 안국동 본점 매장 인테리어를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다. 윤이나 롯데백화점 베이커리&디저트 치프바이어는 “지금까지 런던 베이글 뮤지엄 누계 방문객수는 세종시의 전체 인구에 달하는 40만명이 다녀간 것과 같다”며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문을 연 ‘노티드 월드’도 대표적인 롯데월드몰의 파격적인 공간 실험 장소로 꼽힌다. 노티드 월드는 롯데월드몰 5~6층에 입점한 도넛 브랜드 노티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전체 매장 면적이 1124㎡(약 340평)에 달한다. 특히 복층 구조의 매장 중 6층 매장은 팝업 전용 공간으로 조성했다. 지난 6~7월 방탄소년단(BTS) 데뷔 10주년 팝업, 7~8월 인기 RPG 게임 ‘로스트아크’의 팝업이 모두 여기에 열렸다. 오는 9일부터는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최고심’과 컬래버레이션(협업)한 팝업이 열린다. 입점 후 7개월 간 이 매장을 방문한 사람 수는 월평균 12만명에 달한다.
롯데 잠실점, '전국 1위' 백화점 노린다
롯데백화점이 인기 F&B 브랜드 중심으로의 매장을 재편하는 배경엔 ‘전국 백화점 매출 1위 점포’를 둘러싼 신세계백화점과의 치열한 경쟁이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17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으로부터 국내 백화점 매출 1위 자리를 빼앗겼다. 당시 신세계 강남점은 신관을 증축하고 본관 브랜드를 전면 재편하는 등 대대적인 리뉴얼 1년 만에 국내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본관, 에비뉴엘, 롯데월드몰로 구성)의 지난해 매출은 2조5892억원으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2조8398억원)에 이어 전국 2위를 지키고 있다. F&B 브랜드 집중 공략은 강남권을 넘어 전국 1위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신세계와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롯데백화점 잠실점엔 서울에서 유일하게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3대 럭셔리 브랜드와 반 클리프 아펠·까르띠에·티파니·불가리 등 주요 주얼리 브랜드를 모두 입점해있다. 탄탄한 명품 브랜드 라인업을 바탕으로 중장년층 수요는 확보한 가운데 인기 F&B 브랜드를 통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까지 사로잡겠다는 복안이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효과도 롯데백화점이 기대하는 대표 효과 중 하나다. 실제 노티드 월드의 경우 매달 전체 매출의 10% 가량이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나온다. BTS 팝업이 열렸던 지난 6~7월의 경우 외국인 매출 비중은 30%까지 늘어났다. 경쟁 점포와 달리 한 공간에 면세점·테마파크(롯데월드)·호텔(롯데호텔 월드, 시그니엘 서울)를 갖추고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의 선호도도 높다는 점을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윤우욱 롯데백화점 푸드 부문장은 “앞으로도 잠실 월드몰만을 위한 콘텐츠들을 선보여, 젊은 고객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영찬/한명현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