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집값은 약보합세 또는 하락세를 나타낼 것이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45·사진)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부동산 시장에 있는 제약이나 구조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채상욱 대표는 "지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전면 도입됐다는 게 첫 번째 핵심"이라면서 "국내 가계 소득 대비 빌릴 수 있는 자금이 한정된단 얘기다. 자산 가격이 높은 집을 돈을 빌리지 않고 사야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빌릴 수 있는 자금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이를 받아줄 수요가 없다는 의미다. 대출 규제가 집값의 상한선을 그었다고 보면 된다"며 "때문에 DSR이 40%를 넘어섰던 지난해 4분기 수요가 증발했고 높은 가격을 받아줄 수요가 급감하니 집값 역시 자유낙하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집값이 급락한 이후 올해 초부터 지난 3분기까지 DSR 규제를 적용 받는데도 불구하고 수도권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르게 오른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정부가 '돈줄'을 풀어주는 대책을 내놓으면서 '인위적인 강세장'이 나타났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채 대표는 "올해 3분기까지 집값이 강세를 보인 것은 정부가 돈줄을 풀어주는 대책을 내놨기 때문"이라면서 "특례보금자리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 DSR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대책으로 시장에 돈이 풀렸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시장에 돈이 몰렸다"고 짚었다. DSR을 우회할 수 있는 대출 상품을 내줬지만 중요한 것은 시장에 여전히 DSR 규제가 적용 중이라는 설명이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가짜 강세장'을 만들었기에, 대출 효과가 끝나면 수요가 다시 사그라지면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서 현재 집값은 비정상이라고 판단했다. 채상욱 대표는 "현재 시장 가격은 왜곡돼 있다. 정부가 '정책 상품'이라는 일종의 '프로그램'을 통해 집값을 부양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미 국채 시장에 개입했던 것과 같은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내년 '신생아 특례 구입자금'이라는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지만, 이 프로그램 효과가 끝나는 시점엔 시장은 다시 약세를 보이게 될 것으로 봤다.
내년 집값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내 집 마련' 시점은 집을 구매하려고 마음 먹은 실수요자가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짚었다. 채상욱 대표는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실수요자가 실거주뿐만 아니라 투자 목적으로 수년 후 차익을 예상하는 경우라면 현시점에 투자하는 것은 '0점'짜리 투자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주택 가격은 너무 높아 매수하기는 부담되는 시점이고 시점 역시 대출 규제 등이 적용되는 상황인만큼 시점 역시 부적절한 상황"이라며 "매수인이 '투자'라는 목적을 제외한다면 어느 시점에든, 어떤 가격에든 매수를 해도 상관 없지만 시세 차익을 한다고 가정한다면 매수를 말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채 대표는 당분간 집을 구매하지 않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은 시간을 길게 바라보고 투자해야 하는 자산이다. 하지만 현 시장은 거시 경제 뿐만 아니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정부 대책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시장"이라면서 "매수 이후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차라리 전세나 월세 등 주거비를 지불하면서 주거 서비스를 이용하고 주택 매수 자금으로는 주식 등 다른 자산에 투자해 불려나가는 것이 재테크 측면에선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는 다양한 부동산 공약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채 대표는 "이미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부동산 관련 공약을 내놓는 상황이다. 내년 총선 역시 부동산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려워졌다"면서 "총선 전까지 부동산과 관련한 다양한 방안들이 쏟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채상욱 대표는 "부동산 시장은 6000조원이라는 큰돈이 움직이는 시장"이라면서 "가격을 결정하는 논리가 무조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 이어 "시장 참여자들이 부동산 가격 결정 원리를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부동산 시장에 관한 공부가 부족하거나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부동산을 둘러싼 다양한 정보가 과잉 공급되기 때문에 오히려 수요자들의 판단이 흐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은 2020년 이후부터는 금융화됐다. 가계대출 동향, 정부 대책 등에 더욱 민감하게 움직인다"며 "시장 전망을 꼭 전문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도 얼마든지 시장을 깊이 있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을 자세하게 바라보고 현명한 선택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채상욱 대표는 아주대학교에서 건축공학 학사 학위를 받고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에서 석사를 지냈다. 2004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2008년엔 한국표준협회에 있었다. 2011년 LIG증권 건설부문 애널리스트로 있다가 2014년엔 하나금융투자에서 건설 및 부동산 애널리스트로 몸담았다. 현재는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와 업라이즈 부동산 애널리스트를 겸임하고 있다. 부동산 유튜버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영상=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