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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어떻게 활용할지는 인간에 달려…인문학은 그 나침반" [글로벌 인재포럼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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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인공지능(AI)의 협업은 불가피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협업할 것인가. 결국에는 사람에게 달려 있습니다.”(이상욱 한양대 철학과·인공지능학과 교수)

“AI를 활용한 앱, 서비스, 비즈니스모델 등이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문학이 나침반 역할을 할 것입니다.”(카일리 브래스 호주 인문학 아카데미 이사)

“저는 AI의 도전이 반갑습니다. 그간 우리는 인간의 고유함이 뭔지, 본질이 뭔지 잘 묻지 않아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묻게 됐기 때문입니다.”(김재인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2일 글로벌인재포럼 2023의 마지막 세션 ‘AI 시대의 인문학적 소양’에서는 AI 열풍 속 인문학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AI가 인간의 육체노동에 이어 정신노동까지 대체하는 가운데 서로 다른 영역이 융합되면서도 인간의 자율성이 훼손되지 않기 위해선 인문학이 나침반으로서 자리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욱 한양대 철학과·인공지능학과 교수는 AI가 만든 가짜뉴스를 화두로 던졌다. 이 교수는 “AI로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것이 굉장히 쉬워졌다”며 “이런 시대에서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평가하고, 또 옳은 정보와 허위를 구별해내고, 그걸 바탕으로 민주적 담론을 확산시켜서 중요한 결정을 할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를 가려내는 과정 속에서 어차피 다시 AI 기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중요한 것은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인간이 어떻게 자율성과 결정권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역사’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자동화의 역사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며 “하나는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생산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람직한 자동화는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AI와 협업해 높은 생산성을 갖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인문학은 그 때의 기준이자 상식”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인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인문학의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AI의 도전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인문학이 무엇인지,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됐다”며 “확장된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확장된 인문학이란 읽고 쓰고 말하는 해석 능력을 확장해 서로 융합하고, 서로 다른 영역의 전문가가 협업할 수 있는 작업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AI가 생성과 창작의 영역에 도전 중인만큼 인간다움과 인간의 고유함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구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재교육의 기회가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20살이 지나면 재교육의 기회를 뺏기지만 이런 과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나이와 상관없이 어떤 재교육이라도 받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서로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영철 한국연구재단 사무총장은 “그동안의 교육은 분절적이었다”며 첨언했다. 김 사무총장은 “그간의 교육은 교과로 나눠져있고, 문과 이과로 나눠져있고, 대학에 오면 전공으로 나눠져 있다보니 새로운 영역을 탐색하고 모색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그 벽을 터야하고, 그게 읽고 쓰고 해석하는 학문인 인문학이 가야할 길”이라고 설명했다.

카일리 브래스 호주 인문학 아카데미 이사도 이날 발표자로 나섰다. 호주 인문학 아카데미에는 700여명의 학자가 모여 인문학, 사회과학적 측면에서 토의하고 국가 정책을 제언하는 역할을 한다.

브래스 이사는 “호주 내에서도 인문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면서도 “AI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또 응용할 것인지에서는 인문학이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결정자들은 AI를 복합적인 집합체이며 이와 관련된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공계 vs 인문계 라는 개념은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인문학, 철학이 로스쿨 진학을 위한 발판이 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그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철학을 업으로 삼고, 철학자로 살기 위해서만 철학과에 간다는 생각은 구시대적”이라며 “철학에서 출발해 로스쿨이든 어떤 분야갸 됐든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철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면 성공한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김 교수도 이 교수와 같은 결의 대답을 했다. 김 교수는 “학부 수준의 철학은 읽고 쓰는 훈련”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로스쿨에 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문과는 무조건 로스쿨, 이과는 의학계열 이게 바람직하냐는 건 다른 주제”라고 덧붙였다.

남정민/황동진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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