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혁명은 인재의 정의를 바꾸고 있다. 혁명의 파괴력은 직급을 가리지 않는다. 플뢰르 펠르랭 코렐리아캐피털 대표(前 프랑스 문화부 장관)와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AI 시대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강조한 이유다.
펠르랭 대표는 1일 '글로벌인재포럼 2023'에서 '디지털 빅뱅과 글로벌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제 모든 일자리는 AI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그건 최고경영자(CEO)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만났던 한 프랑스 스타트업을 예로 들며 "앞으로 기업의 전략적 의사 결정에 AI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최초 아시아계 장관을 지낸 그는 현재 벤처캐피털(VC)에서 혁신 기업을 발굴, 지원하고 있다.
"이 스타트업은 맥도날드 같은 기업의 매장을 디지털 세계에 그대로 복제한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신규 매장 입지와 새로운 메뉴의 가격 등을 제안합니다. AI를 활용한 이 같은 기술은 앞으로 기업의 의사 결정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겁니다."
AI로 대체 불가능한 인재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 펠르랭 대표는 '공감 능력'과 'AI를 감독할 수 있는 능력' 두 가지를 핵심 가치로 꼽았다. 그는 "고령화 사회에서 공감 능력은 갈수록 중요해진다"며 "AI가 올바른 데 사용될 수 있도록 감독할 수 있는 역량도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인재를 찾기 위해 인사 담당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펠르랭 대표는 "AI는 이미 인재 채용 과정 전반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대인관계 같은 측정 불가능한 자질을 평가하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이라며 "인사 담당자가 AI를 활용하더라도 절대로 사람을 완벽하게 대체하진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한정된 AI 인재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 대표는 "AI 인재를 길러내는 것만큼 지키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며 "네이버 역시 고민하는 지점"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펠르랭 대표는 "한국 인재는 언제든지 실리콘밸리나 유럽으로 갈 수 있다"며 "국가가 인재 유출 현상을 막기 위해 경쟁력 있는 보상 체계를 만들고 교육 훈련 시스템도 지원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AI가 위협인 동시에 기회라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펠르랭 대표는 "얼마 전까지 음악의 디지털화가 뜨거운 감자였지만, 음악 산업에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지난해 기준 글로벌 음악 산업은 610억달러 규모로 커졌고 8년 연속 성장세를 보였다"며 "혁신은 늘 비극적 예측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인류에게 혜택을 줬다"고 말했다. 최 대표 역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늘 일자리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산업 규모가 커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기기도 한다"고 했다.
펠르랭 대표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향해 "기업가가 되는 건 절대 쉽지 않은 길이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며 "단, 훌륭한 멘토를 곁에 두는 걸 잊지 말라"고 조언했다.
구은서/한명현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