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차전지주가 끝없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300달러를 바라보던 테슬라의 주가가 200달러 초반까지 후퇴한 영향이다.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했고, 전기차 수요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개미들은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 2차전지주와 테슬라를 사들이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4일부터 전날까지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는 20% 급락했다. 100조원을 웃돌던 시가총액도 88조3350원으로 쪼그라들며 코스피 시가총액 2위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시가총액 3위 SK하이닉스(87조7587억원)와의 격차는 1조원 내로 좁혀졌다.
상반기 증시를 이끌었던 에코프로의 주가도 부진한 모습이다. 전날 에코프로는 59만7000원에 마감했다. 마감 기준 에코프로의 주가가 60만원을 밑돈 건 6월 5일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7월 26일 장중 기록한 52주 최고가 153만9000원에 비하면 초라한 모습이다.
개미들은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이른바 물타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4일부터 전날까지 개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4511억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 순매수 2위다. 이 밖에도 개인은 에코프로비엠(2905억원), 포스코퓨처엠(2268억원) 등을 사들였다.
국내 2차전지주는 테슬라의 주가와 동행해왔다. 테슬라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는 LG에너지솔루션, 엘앤에프 정도지만 테슬라의 주가가 하락하자 공포감이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2차전지 관련주는 테슬라 주가와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며 "상반기 2차전지주가 증시 강세를 이끌었던 만큼 하락장에서 지수의 낙폭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의 주가는 3분기 실적이 발표된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시장의 예상보다 실적이 부진했고, 가이던스에 대한 확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는 205.66달러에 마감했다. 7월 19일 기록한 52주 최고가 299.29달러에 비하면 31.2% 하락한 셈이다. 지난달 말 테슬라는 197.36달러까지 추락했는데, 주가가 200달러를 밑돈 건 5월 26일 이후 처음이다.
전기차 시장이 부진한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테슬라에 배터리 셀을 공급해온 일본의 파나소닉은 전기차 수요 둔화로 올해 3분기 일본에서 배터리 셀 생산을 전기 대비 60% 줄였다고 밝혔다. 전기차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온세미컨덕터도 전기차 수요 둔화를 우려하며 매출액 전망치를 낮췄다. GM, 포드 등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미루고 있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것도 부담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동결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위원회는 금리 인하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 할부 금리가 높아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학개미도 테슬라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 1억9103만달러(약 259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9월에만 해도 이들은 테슬라를 순매도했지만, 주가가 하락하자 다시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31일 기준 테슬라 보관금액은 111억2170만달러(약 15조977억원)로 압도적 1위 자리를 유지했다. 2위인 애플과 엔비디아의 보관금액을 합쳐도 테슬라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이들이 이익을 거두려면 시간이 다소 필요해 보인다. 전기차 수요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2차전지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2차전지 수출액은 6억8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5% 감소했다. 글로벌 주문자상표부착(OEM) 업체가 배터리 구매를 미루고 재고 수준을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테슬라 주가에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은 3분기보다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판매가격 인하로 개선 폭이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프트웨어 매출 등 새로운 모멘텀이 없다면 주가는 자동차 수요 상황에 따라 다소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반등하려면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회복 신호가 확인되고, 연말 출시 예정인 사이버트럭 생산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 driving) 등 자율주행 관련 사업이 잘 진행되면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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