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화물사업 매각 등을 의결하기 위한 이사회를 2일 다시 연다고 31일 공시했다. 이 회사 이사 다섯 명은 지난 30일 7시간30분 동안 화물사업 매각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번 이사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의 분수령으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일부 이사 사이에 이해충돌 이슈 등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안건을 의결하지 못했다”며 “이사들의 일정을 조율해 11월 초 다시 이사회를 열어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이사 중 한 명이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일정을 고려해 2일 이사회를 열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이사는 30일 이사회엔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대한항공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화물 노선의 독점 해소 방안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제출하는 마감 시일은 31일(현지시간)이다. 한국 시간으로 11월 1일 오전 8시까지 시정조치안을 보내야 하는 만큼 대한항공은 EC에 일정을 늦춰달라고 양해를 구할 계획이다. 기한 연장을 신청하면 2~3일가량 제출 시기를 미룰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일 열리는 이사회의 관건은 사외이사 중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의 표가 ‘유효한가’ 여부다. 김앤장은 두 회사의 합병과 관련해 대한항공에 법률 컨설팅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해상충 문제에 따라 윤 이사의 표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30일 이사회에선 찬성파인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 등 두 명과 반대파인 강혜련 이화여대 명예교수 등 두 명이 이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시간 논의에도 불구하고 표결에 들어가지 못한 이유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윤 이사는 지난 3월 사외이사 임명 전 법무법인을 통해 적격 여부를 확인했고, 지금까지 이사로 성실하게 활동하고 있다”며 “이해상충 논란이 나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 다섯 명 중 과반인 세 명이 찬성해야 화물사업 매각 안건이 의결된다. 찬성 측으로 알려진 윤 이사의 표가 무효 처리되면 이사회 표는 4표가 된다. 반대 측 두 명이 강경한 입장이어서 표결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등은 반대 의사를 밝힌 사외이사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외이사 이해상충 문제가 없다는 법무법인 자문 결과를 근거로 ‘항공 빅딜’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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