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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재산 놓고 800억대 '상속세 분쟁'…한진家 2심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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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의 2·3세 경영진들이 조중훈 창업주가 스위스 은행에 남긴 거액의 재산과 관련해 부과된 상속세를 내야하는지를 두고 과세당국과 다툰 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1심은 과세당국이 매긴 상속세 850억원을 모두 내야 한다고 봤지만, 항소심에선 이 중 400억원은 납부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스위스 은행에 남겨진 거액의 재산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이승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조현숙 씨 등 조 선대회장의 자녀와 손자녀들이 국세청을 상대로 "상속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항소심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852억원의 상속세를 부과하는 처분 중 440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원고가 패소했던 1심 판단이 뒤집혔다.

조 선대회장은 1999년 12월 스위스 모 은행에 무기명 계좌를 개설해 2900만달러와 5600만달러를 차례로 입금했다. 이 중 5000만달러(약 600억원)가 2002년 7월 먼저 인출됐다. 조 선대회장의 사망 당시에는 약 450억원이 남았다. 조 선대회장은 이외에도 프랑스 파리 부동산을 보유한 스위스 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

한진그룹 일가는 조 선대회장의 상속재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해외재산을 상속세 납부 대상으로 신고하지 않았다. 스위스 계좌에 예치된 450억원과 해외주식 매각대금 약 170억원은 조 회장의 배우자인 김정일 여사가 세상을 떠난 후인 2016년 12월~2017년 2월 무렵이 되어서야 다섯 남매에게 분배됐다. 이 재산은 2017년 8월 고(故)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아내인 최모 씨가 상속재산으로 신고하면서 세상에 공개됐다.

이 사실을 알게된 국세청은 곧바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2018년 4월 한진그룹 일가에 가산세를 포함해 약 852억원의 상속세를 부과했다. 국세청은 사전에 인출된 600억원도 '추정 상속재산'으로 분류했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이 사망하기 전 일정기간 동안 재산을 처분하거나 계좌 등에서 빼낸 금액을 어떻게 썼는지가 불명확할 때는 상속받은 재산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진그룹 일가는 "스위스 계좌의 존재를 몰랐고 신고를 누락한 것도 재산을 은닉하려던 의도가 없었다"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2월 1심에서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해당 계좌는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하고 극소수의 인물만이 돈을 인출할 수 있다"며 "조세 회피 목적 외에는 해외 계좌를 이용할만한 사정이 없고 사전에 인출한 금액의 행방도 확인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상속재산을 치밀하게 은닉한 것"이라 봤다.

○뒤집힌 2심 판단 "사전인출금은 과세할 수 없어"
2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전에 인출된 600억원에는 상속세를 매길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852억원이 아닌 440억원이 적정한 상속세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세금을 내지 않았을 때 과세당국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고 봤다. 국세법에 따르면 국세가 포탈됐을 경우 국세청은 그로부터 10년 안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상속세·증여세와 관련해 금융재산을 은닉하려는 부정행위가 인정됐을 때는 과세 처분이 가능한 기간이 15년으로 연장된다. 한진그룹 사례에는 15년이 적용됐고 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한 것은 시효가 끝나는 2018년 5월 직전이었다.

재판부는 사전 인출금에 세금을 매길 수 있는 기간이 10년이라 판단했다. 추정 상속재산은 현행법상 금융재산으로 인정할 수 없고, 한진 일가가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수도 없어서다.

재판부는 "사전 인출금은 용도가 명백하지 않고 거래상대방이 누구인지도 확인되지 않는다"며 "상속재산으로 추정될 뿐인데 국세청이 적용하려는 근거가 법령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들이 직접 해당 금액을 인출하거나 조 선대회장과 공모해서 인출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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