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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 교수 "신산업 규제, 韓 가장 강해…이대론 퍼스트루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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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과 원격의료 같은 새로운 산업에서 한국 정부의 규제가 세계에서 제일 강합니다. 정부가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되지 못하면 한국은 퍼스트 루저(첫 번째 패배자)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지난 26일 서울 종로의 한 빌딩에서 열린 경제추격연구소의 <2024 한국경제 대전망> 출간 기념식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정부의 모든 규제가 (남을 따라가는) 팔로”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맨 뒤에 있으면서 어떻게 기업보고 ‘앞으로 나가라’고 하느냐”고 했다. 이 교수는 2014년 비서구권 학자 중 최초로 슘페터상을 받은 ‘국가 간 경제추격’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다. 경제추격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1990년대부터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으로 대표되는 장기 불황의 전철을 정확히 밟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파격적인 혁신이 없다면 일본처럼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은 각각 1.9%와 1.7%로 2%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이 교수는 “그나마 한국 기업, 특히 대기업이 좀 더 역동적인 게 한국이 일본보다 나은 유일한 강점”이라며 “정보기술(IT)에서 바이오, 방위산업 등 새로운 산업으로 계속 진입하는 부분이 일본보다 나은 측면”이라고 했다.

이어 “퍼스트 무버 전략이 진짜 필요한 건 기업이 아니라 정부”라며 대표적 사례로 규제 샌드박스를 꼽았다. 이 교수는 “규제 샌드박스 2년의 특례기간이 끝나면 규제를 해제하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기업들은 2년 동안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허가를 받지 못하니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문제가 없다면 2년이 지난 후엔 자동으로 허가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3대 개혁(연금·노동·교육개혁)에 대해선 “정부가 내세운 3대 개혁의 확고한 방향성은 굉장히 훌륭하며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출범 2년이 지났지만 추진동력이 떨어진 건 매우 아쉽다”고 했다. 특히 “내년에 총선이 있으니까 (3대 개혁을)더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젊은이들 표를 못 받는다. 젊은이들이 실망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국민연금을 개혁하는 것이야말로 청년층의 표를 얻는 길”이라고도 했다.

정부의 ‘부동산 연착륙’ 정책에 대해선 “부동산 연착륙을 너무 과도하게 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걸 막기 위해 대출규제를 일부 완화한 게 정책 실수라는 지적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선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덕을 보고 있다”며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파는 것도 미국이 유연하게 풀어주니까 한국에는 괜찮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에 대해선 “포스코그룹에서 인공 흑연을 생산하는 등 대체 공급처가 생기고 있고, 중국도 그런 걸 알기 때문에 함부로 자원 무기화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그런 카드를 쓸 수 있다고만 보여준 것이지 실제로 쓰게 되면 자충수가 될 거라는 걸 중국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경민/허세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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