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실수로 주택 소유자의 허락도 없이 집이 철거된 일이 발생했다.
27일 부산 기장군과 주택 소유주 박만조 씨(63)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 추석 때 고향 집이 있던 기장군 일광읍 학리 266-8번지를 찾았다가 집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믿기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박 씨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집을 찾아봤다. 그러나 집이 있던 자리에는 아스팔트 포장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박 씨는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 보니 부모님과 추억이 담긴 집이 통째로 사라져 무척 당황했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주택은 1968년에 지어져 박 씨 부모님이 거주해왔다. 몇 년 전 부모님이 사망하면서 박 씨 소유권이 됐다. 평소에는 빈집으로 뒀으나, 박 씨는 명절이나 부모 기일 때마다 고향 집을 찾아 제사를 지내왔다고 한다.
이는 기장군의 황당한 행정 실수 탓으로 드러났다. 당초 기장군은 해당 주택 옆에 도로를 신설하면서 박 씨로부터 주택 터(33㎡)와 대지(1㎡)를 편입하려 했다. 그러나 부모님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집이 철거되는 것을 반대한 박 씨가 눈물로 호소하자 기장군은 집은 두고 대지만 사들여 도로를 신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시작된 도로 건설에서 계획과 달리 해당 주택까지 모두 철거해 버린 것이다. 기장군은 행정 실수를 인정했다. 기장군 관계자는 "업무 담당자가 바뀌고 시간이 지나다 보니 전달이 잘못된 것 같다"며 "주택 소유주와 협의해 보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씨는 기장군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그는 "집 안에 있던 가재도구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눈물이 날 정도로 안타까운데 집 안에 있던 물건을 보상받으려면 직접 증명하라고 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