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7일 13:3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3 회계연도엔 국내 회계법인 최초로 딜 부문 연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하겠습니다."
박대준 삼일PwC 딜 부문 대표(56·사진)는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회계법인이 감사와 세무만 한다고 생각하는 인식을 깨고, 글로벌 투자은행(IB) 등과 경쟁해 딜 어드바이저리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인정받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1992년 삼일에 입사해 30년간 삼일에만 몸담은 정통 '삼일맨'이다. 지난해부터 삼일 딜 부문을 이끄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박 대표가 딜 부문 대표에 오른 지 1년여 만에 삼일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마켓인사이트가 에프앤가이드와 함께 집계한 3분기 리그테이블에서 삼일은 재무자문 분야 2위, 회계자문 1위에 올랐다. 3000억원 안팎의 중소형 딜에서 성과를 낸 게 주효했다.
박 대표는 "조 단위 크로스보더 딜이 아니라면 글로벌 IB보단 회계법인을 선호하는 분위기"라며 "우수한 인력과 네트워크 등을 기반으로 인수 이후 세무·회계 자문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해주는 게 삼일의 장점"이라고 했다.
박 대표를 중심으로 딜 부문이 똘똘 뭉쳐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글로벌 금리 인상 여파로 자본시장 전반이 얼어붙으면서 M&A 거래 자체가 줄어든 건 박 대표에게도 큰 고민이다. 그는 M&A 시장이 살아나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금리 인하를 첫손에 꼽았다.
박 대표는 "금리가 떨어져 금융 시장이 안정돼야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원매자의 파이낸싱도 원활해진다"며 "문제는 내년 상반기에도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 하반기에도 M&A 시장에 온기가 돌아오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M&A 호황기 회계사 인력을 대폭 늘린 것도 삼일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일은 2022회계연도 기준 전년 대비 10.3% 늘어난 1조36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276억원으로 전년(407억원)에 비해 32% 급감했다. 인건비 증가가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박 대표는 "퇴사율이 낮아지고 인력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지금 인원이 과다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핵심은 새로 뽑은 주니어 회계사를 빨리 성장시켜 전문가로 키워내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력을 줄이는 방법이 아닌 인력을 효율적으로 잘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A 시장이 여전히 침체된 상황에서 박 대표는 내년 타깃을 대기업 구조조정 시장으로 잡았다. 박 대표는 "구조조정을 단순히 기업의 사정이 어려워져 특정 사업부를 매각한다는 개념보다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인적·물적 자원 재배치 등으로 넓혀 보고 있다"며 "카브아웃 딜을 주선할 수도 있지만 경쟁업체의 사업을 인수하는 볼트온 전략 등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 제안하고 자문할 계획"이라고 했다.
삼일은 이런 구조조정 시장이 활성화될 것을 예측하고 지난해 BTS(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 서비스)팀을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2015년 삼성과 한화의 방산 부문 빅딜처럼 내년을 기점으로 대기업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며 "BTS팀이 중심이 돼 기업들에 먼저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사업 재편을 돕겠다"고 말했다.
박종관/하지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