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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 '긍정론'으로 돌아선 尹정부…'플러스' 효과 연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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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노인 일자리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밝혀내는 연구에 착수했다. ‘약자 복지’ 강화를 명분으로 내년도 노인 일자리를 역대 최대 규모인 103만명으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명분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출범 첫 해인 작년까지도 공공형 노인일자리를 구조조정 1순위로 거론하며 감축에 나섰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입장을 정 반대로 바꾼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최근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정책효과 분석’을 주제로 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노인 일자리가 의료비 절감, 빈곤 완화 등 개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데 그쳤던 그간의 연구에서 나아가 지역에 미치는 사회적 효과까지 분석 범위에 포함시키고 이를 화폐적 가치(숫자)로 도출해내는 것이 연구의 핵심 골자다.

복지부는 제안요청서에 추진 배경으로 “노인일자리 사업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질적 내실화 및 사업 정책 효과성 검증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고 제시하면서도 ‘노인일자리 사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사업 효과성 향상을 위한 개선방안 제시’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연구를 통해 그간 ‘질 낮은 일자리’란 비판이 이어져온 노인 일자리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부각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그간의 관련 연구들이 노인 일자리 정책의 효과를 온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예를 들어 노인 일자리 정책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효과가 구체적 수치로 나타난 것은 일자리를 가진 노인들의 건강이 개선되고 우울감이 해소되면서 총 5107억원의 의료비가 절감된다는 2021년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연구 정도다.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의 월평균 소득이 미참여자보다 17만원 높고, 상대적 빈곤율이 10%포인트 가량 낮다는 연구도 있지만, 개인 차원에 분석에 그쳤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각 효과가 실제 우리 경제에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를 수치로 도출해내겠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 과제다. 노인들이 일을 하는 것이 건강보험이나 장기요양보험 급여 지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 증가가 얼마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지와 같은 시장 가치를 도출해내는 한편, 지역 내 쓰레기 정비 같은 공공 일자리 활동이 지역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 비시장적 가치까지도 수치로 도출해내겠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노인 일자리가 우리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목적"이라며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노인 일자리를 질 낮은 일자리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데이터 기반으로 사회적 효과를 감안해 양질의 일자리를 설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집권 2년차를 맞아 노인 일자리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시각이 180도로 바뀐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까지도 문재인 정부의 노인 일자리 확대 기조를 ‘질 낮은 일자리 양산’으로 규정하고 감축을 추진했던 정부는 올들어 방향을 정반대로 바꿨다.

정부는 지난 8월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노인 일자리 100만명 돌파’를 20대 핵심 과제로 꼽았다. 정부는 올해 88만3000명인 노인 일자리는 내년엔 역대 최대 규모인 103만명으로 늘리고 노인 일자리 수당도 2만~4만원씩 높였다. 이에 따라 관련 예산도 1조5000억원 수준에서 2조원으로 대폭 늘렸다.

작년까지도 대표적인 구조조정 항목이라 비판하며 감축에 나섰던 교통 도우미 등 공익형 일자리도 올해 60만8000명에서 내년 65만4000명으로 4만6000명 늘리기로 했다. 보육교사 보조나 공공행정 업무지원 등 사회서비스형, 지하철 택배와 같은 민간형 등 소득이 높고 시장 친화적인 일자리 비중을 31.1%에서 36.5%로 확대해 노인 일자리의 ‘질’을 높였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지만 전반적인 기조는 바뀐 셈이다.

정부의 기조가 바뀐 것은 내년 노인 인구 1000만명 돌파를 앞두고 노후 빈곤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노인 일자리 확충이 여타 복지 지원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노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7.4%에서 2022년 45.3%로 높아졌다. 출생아 수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층 진입이 본격화하면서 늘어나는 의료, 연금, 돌봄 수요를 현금성 복지보단 ‘일하는 복지’로 대응하는 것이 경제 성장 동력 확보에 효과적이란 설명이다.

이 같은 설명도 일리는 있지만 고령화 추세에 맞서 일자리 등 경제의 체질 자체를 바꾸는 노동·연금·교육개혁 등 3대 구조개혁은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손 쉬운 결정만을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국가채무가 내년이면 12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건전 재정’을 강조하면서도 노인 일자리를 대폭 늘리고, 수당도 2018년 이후 6년 만에 2만~4만원씩 인상했다.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주어지는 기초연금 지급액도 3.3% 인상한 33만4000원으로 높였다.

정부가 주요 경제 성과로 홍보하고 있는 높은 고용률도 실상은 노인 일자리가 주도한 질 낮은 성장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9월 15~64세 고용률은 69.6%로 동월 대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체 취업자가 30만9000명 늘어난 가운데 60세 이상 노인 일자리 증가수는 35만4000명이 늘었다. 30대 취업자가 5만6000명 늘어나긴 했지만 20대는 8만6000명, 40대 취업자는 5만8000명이 줄어들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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