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노원구 강북구 등 서울 외곽 지역 위주로 아파트 전세 매물이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서울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강남구와 강동구 등 강남권은 이달부터 내년까지 집들이를 앞둔 대단지가 있어 비교적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서민이 주로 찾는 강북권은 ‘입주 가뭄’이 이어질 예정이라 타격이 더 크다는 평가다. 전세대출 금리가 조금씩 오르는 것도 임차인의 한숨을 키우고 있다.
○도봉구, 3년간 입주 물량 ‘0’
25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은평구 전세 매물은 가을 이사철이 시작된 두 달 전보다 47.4%(1397건→735건) 줄어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감소 폭이 가장 컸다. 6~7월 수색뉴타운 일대에서 DMC파인시티자이(1223가구), DMC아트포레자이(672가구), DMC SK뷰아이파크포레(1466가구) 등 3400여 가구가 입주하며 전셋값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입주 개시 이후 금방 계약이 차서 남아있는 매물은 손에 꼽는다”고 전했다.
DMC 일대 개발 기대가 있는 데다 실수요자가 가격이 내려간 틈을 타 발 빠르게 물건을 채 갔다는 분석이다. 최근 전셋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DMC파인시티자이 전용면적 84㎡ 전세 물건은 5~6월 4억원대 후반에 거래됐는데 지난달엔 6억3500만원까지 올랐다. 호가는 7억원에 달한다. 불광동 북한산힐스테이트1차 전용 84㎡ 전세보증금도 2월 4억원에서 이달 5억6000만원으로 손바뀜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16일 기준) 은평구의 전세가격지수 상승률은 0.30%로 강서구(0.31%) 다음으로 높았다.
은평구에 이어 노원구(-16.9%) 강북구(-14.3%) 강서구(-11.4%) 도봉구(-11.2%) 등도 최근 두 달 새 전세 감소 폭이 10%를 웃돌았다. 새 아파트가 품귀 현상을 빚는 지역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작년부터 내년까지 도봉구 입주(예정 포함) 물량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제로(0)’다. 노원(1163가구) 강북(1782가구) 강서(1833가구)도 공급이 많지 않다. 서울 내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이어서 서민의 주거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입주 물량, 내년 70% ‘뚝’
마포구(34.8%) 강동구(23.3%) 광진구(22.6%) 등은 두 달 전에 비해 전세 매물이 오히려 늘었다. 강남구(10.7%)와 송파구(11.2%)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고가 지역은 대출을 끼지 않고 전세를 들어가기 쉽지 않은데 최근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매물이 조금 쌓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위축되면서 매매 대신 전세를 내놓으려는 집주인 수요가 증가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강남구는 올해 입주 물량(1만2022가구)이 서울 전체의 37%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당장 다음달 개포동에서 6702가구 규모의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가 집들이를 한다. 강동구도 올해 4분기부터 내년 3분기까지 1년간 4770가구가 꾸준히 공급된다.
일부 지역에서 최근 매물이 늘었다고 해도 서울 전역의 전셋값 오름세는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마포(-54.0%)와 광진(-52.3%) 등도 전세 매물이 반토막 났을 정도로 절대적 매물량이 부족한 편이다. 게다가 서울 전체 입주 물량은 올해 3만2795가구에서 내년 9656가구로 70% 급감해 품귀 현상이 심화할 전망이다. 강남권은 입주장이 펼쳐져도 향후 공급 부족 우려와 부동산 회복세 등이 맞물려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