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란 ‘이념의 실현 도구’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책에서의 ‘철학과 가치 추구’는 필수 요소다. 의사결정을 하는 최고책임자의 철학을 담아내는 게 곧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유토피아에서 “행복한 국가란, 철학자가 왕이 되거나 왕이 철학을 공부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했다. 인도의 정치 지도자이자 철학자인 마하트마 간디도 그의 묘소 비문에 적은 제어해야 할 7대 사회악 중 첫 번째로 ‘국가를 망하게 한 것은 철학 없는 정치’를 꼽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수결에 의해 최고정책결정자와 지도자가 선출되고 다수당과 집권당이 선정돼 정책의 주도권을 형성한다. 그들의 주도적인 철학과 가치관을 담아내는 정책들이 국민 생활과 우리 사회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자주 직면하는 정권 교체에 따른 급변하는 정책의 전환과 ‘전 정권 정책 지우기’ 등은 집권 여당과 정치 지도자의 철학과 가치관을 기초로 하고 있다. 국가 정책이 정책 결정자에 의해 바뀔 수 있다고 원론적으론 인정할 수 있지만, 정책의 전환과 변화를 위해선 정책 대상자인 국민에게 타당하고 적절한 근거를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책의 책임성 확보 노력도 중요하다. 즉, 정책 전환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국민적 합의를 얻고자 하는 노력이 우선이다.
우리나라 국가공무원법 제57조는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헌법 제7조 1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즉, 공직자는 국민 전체의 공익을 위한 봉사자이며, 국민에게 책임을 지도록 명백히 요구하고 있다. 인간의 의식과 사고, 가치에 의한 공직자 스스로의 판단을 요구하며, 공익 추구를 위한 공직자 개개인의 가치 판단을 명백히 요구하고 있다.
정책의 최고의사결정자나 행정관료는 정치 지도자의 이념과 가치를 실현하는 가장 첨단의 조직이자 존재임이 틀림없다. 동시에 가장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가진 존재이기도 하다. 풍부한 조직과 질 높은 인적자원도 마찬가지다. 그런 행정조직과 기관이 반드시 정치단체 및 최고의사결정자의 지원 기구이자 실현 수단으로서 기능하는 것이 과연 선진사회 모습일까. 이는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거나 무기력한 자리매김이 아닐까 생각한다. 진정 누구를 위한 공직이고 누구를 위한 행정기구이며 누구로부터의 급료(녹봉)인지를 생각한다면 권력과 정권, 의사결정자의 사고가 올바르지 못한 정책과 판단에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올바르게 보호할 수 있도록 최선의 정책적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게 진정 공복(公僕)의 역할이자 본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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