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정부의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에 회계결산 결과를 등록하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23일 “회계 결산 결과를 공시하지 않으면 조합원들에게 발생할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회계 결산 결과를 등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노조 회계장부 공시 요구를 거부하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 소속 조직의 회계 공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9월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노조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연말정산 때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부터는 고용부 ‘노동 포털’에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을 개설해 회계 결산 결과 등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상급 단체가 회계 공시를 하지 않으면 산하 노조가 등록해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양대 노총은 노조 회계 공시 의무를 ‘노동 탄압’이라고 비판해왔다. 고용부에 따르면 회계 공시 대상 노조와 산하 조직은 673곳이다. 이 중 한국노총 및 산하 조직이 303곳,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및 산하 조직이 249곳이다. 한국노총은 이번 조치와 별개로 정부 방침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을 ‘연좌제’로 규정하고 다음달 3일까지 조합원을 모아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내겠다고 밝혔다.
양대 노총 중 한 축인 한국노총의 이번 조치는 정부의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제고’ 정책이 만들어낸 성과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정부는 노조의 ‘깜깜이 회계’를 개선하고 조합원 알권리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후 지난 2월부터 조합원 1000명 이상인 노조 334곳에 대해 회계를 스스로 점검한 뒤 그 결과와 증빙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후 5월 들어서는 회계 서류 공개와 관련한 현장 행정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거부한 양대 노총의 37개 노조에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런 조치에도 꿈쩍하지 않던 한국노총이 회계 공시를 전향적으로 결정한 것은 노총 내부에서도 회계 투명성을 주문하는 압박이 거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노총도 24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총연맹의 회계 공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한국노총의 참여는 노사관계 정착에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로 국가적 현안을 풀어가길 희망한다”는 성명을 냈다. 한국노총의 이번 공시 조치가 경색된 노사관계를 푸는 물꼬를 틀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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