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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제조업 설비투자, 中에서 북미·동남아로…공급망 재편 속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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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일본 제조업체들이 지난해부터 중국 대신 북미와 동남아시아 지역에 집중적으로 설비투자를 하고 있다. 미·중 갈등에 따른 세계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업체를 중심으로 위험을 분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2일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2022년 일본 제조업체의 중국 직접투자 규모는 1조2070억엔(약 10조9360억원)으로 전년보다 5.7% 감소했다. 인건비 상승과 같은 중국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에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기업의 위기감이 커진 결과로 분석된다. 대조적으로 일본 제조업체의 북미 지역 투자는 28.7% 증가했다. 인도 투자도 두 배 늘었다.

올해 2분기 일본 제조업체들의 해외 투자 통계에서도 ‘탈(脫)중국’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4~6월 일본 제조업체들의 세계 투자액 비중은 북미 지역이 36.2%로 압도적인 1위였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지역이 10%로 두 번째였다. 반면 중국 투자 비중은 7%까지 줄었다.

중국 이외 지역에 설비투자를 늘리는 일본 제조업계 분위기의 중심에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있다. 교세라는 태국 공장에 올해부터 3년간 최대 1000억엔을 투자해 스마트폰과 전기 자동차용 콘덴서 생산능력을 10% 끌어올릴 계획이다.

태국은 무역마찰이 첨예해지는 미국과 중국 양국에 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거점으로 일본 제조업체들의 관심이 높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세계 1위 무라타제작소도 태국에 새 공장을 완공해 다음달부터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전자기판을 생산하는 메이코는 베트남에 새로운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2025년부터 자동차용 고성능 제품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적극적인 해외 기업 유치 정책도 북미 지역 투자의 마중물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배터리 재료 등 전기차 부품의 일정 비율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2차전지의 주요 재료인 음극재를 생산하는 미쓰비시케미컬그룹은 수백억엔을 투자해 북미 지역 제조 능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인도도 전자산업의 공급망 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대표 산업인 자동차업계도 미·중 마찰에 대응해 글로벌 생산 체제를 중국과 중국 이외 지역으로 이분화하는 블록화 전략에 나서고 있다. 마쓰다와 스바루는 자국 내 생산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다만 일본 제조업체들이 세계 공급망을 분산시킨다고 해서 중국 사업을 철수하거나 투자를 완전히 줄이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투자 효율이 좋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2021년 일본 기업의 중국 직접투자 수익률은 15.1%로 해외 직접투자 수익률 평균(6.9%)의 두 배가 넘었다. 태국과 미국의 직접투자 수익률은 10.4%와 4.2%로 중국에 크게 못 미쳤다. 이런 수익률 차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공급망 분산이란 결국 공급망을 수익률이 더 나쁜 곳으로 이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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