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화는 독일의 행정시스템에서 관료주의를 존속시키는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은 연방정부(중앙정부)와 16개 지방정부가 힘을 나눠 갖다 보니 개선 방안을 두고 합의점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법무부 산하 독립기구인 국가규제통제위원회(NKR)의 루츠 괴벨 회장(사진)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독일의 관료주의가 지속되는 원인’에 대해 “독일은 연방정부, 주정부, 그외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나뉜 매우 복잡한 행정 구조를 갖고 있다”며 “서로 다른 정당이 이끄는 주정부가 동의해야 규제를 개선할 수 있는데 절충안을 찾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규제통제위는 독일 관료주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개선 과제를 발굴하는 곳이다.
이어 괴벨 회장은 “(전범국인)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연방정부가 과도한 힘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방분권화를 추진했다”며 “이는 관료주의 해결을 위해 좋은 구조가 아니다”고 했다.
괴벨 회장은 과거에는 독일의 관료주의가 긍정적인 기능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료주의는 독일 기업이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줬다”며 “하지만 경제와 사회환경이 점차 복잡해지면서 기존 규정이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NKR에 따르면 작년 7월부터 올 6월까지 새로운 규제 도입으로 독일 기업은 90억유로(약 13조원) 이상의 컴플라이언스(준법)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했다. 2011년 이후 신규 규제로 인한 비용은 270억유로에 달한다.
그는 독일 공무원 사회가 ‘적극행정’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에 대해 “독일 공무원에겐 막중한 책임이 주어지기 때문에 실수를 저지르면 법정에 설 수도 있다”며 “이런 위험을 줄이고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민원인에게 까다롭게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괴벨 회장은 향후 NKR의 역할에 대해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의 승인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조치와 관련해 NKR이 제안한 내용이 최종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 부담을 줄여주는 대책 등 4차 관료주의 감축법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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