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지역·필수 의료 혁신 전략’에 대해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비난은 어이없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대 정원 확대의 구체적인 규모는 물론 제대로 된 로드맵조차 제시하지 못한 빈 수레”라고 했는데 스스로부터 돌아봐야 한다. 민주당이 여당 시절이던 2020년 7월 문재인 정부는 “2022학년도부터 공공의대를 포함해 매년 400명씩 10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4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의사들의 거센 반대와 파업에 부딪혔다. 그러자 ‘의대 증원, 공공의대 추진 원점 재검토’로 꼬리를 내렸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중보건 위기가 닥쳐 의료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그제 지방 국립대병원 육성 등 지역·필수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의대 정원 확대라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다만 구체적인 규모와 일정을 밝히지 않은 것은 의료계와 논의 후 정하겠다는 취지다. 문 정부 때의 실패를 타산지석 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일관된 철학 없이 국면 전환용으로만 접근하고 있다”고 하니 이런 자가당착이 없다.
민주당도 의대 정원 확대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 의사제 도입을 조건으로 걸었다. 모두 2020년 실패한 의료 개혁 때 내건 카드의 재탕이다. 당시 ‘의사=공공재’ 논란을 일으켜 반대 파업의 빌미가 된 방안들이다. 일부 민주당 전남 지역 의원은 전남 국립 의대 신설을 요구하며 삭발을 단행하기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표심 확보를 위한 전략적 속셈이 아니라고 부인할 수 있나. 의료 개혁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생명권 및 건강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여야 모두 정치와 정략을 빼고 의료 백년대계를 위해 진정성을 갖고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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