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뮤지컬 '멤피스'와 '곤 투모로우'가 막을 내린다. 화려한 음악과 춤으로 메시지를 유쾌하게 전달하는 '멤피스', 감각적인 연출로 묵직하게 한국사를 그려낸 '곤 투모로우' 두 작품 모두 호평 속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멤피스'는 1950년대 흑인 음악을 백인 사회에 널리 알린 전설적인 인물, DJ 듀이 필립스(Deway Philips)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듀이 필립스는 멤피스에서 활동한 라디오 DJ였다. 당시 멤피스는 흑인과 백인이 철저히 분리된, 인종차별이 극심한 곳이었다. 흑인은 백인과 함께 어울릴 수 없었다. 모든 영역에 '흑인'이라는 선을 그었는데 음악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 가운데 듀이는 자신의 쇼에 흑인 음악을 틀며 두 인종의 경계를 허무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멤피스가 낳은 스타 중 하나로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를 빼놓을 수 없다. 인종차별이라는 장애물을 넘고 흑인 음악으로 인종의 화합을 일궈낸 인물이다. '멤피스'는 엘비스 프레슬리 성공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다. 즉 '로큰롤의 성지'로 꼽히는 멤피스의 뿌리 격에 해당하는 내용인 셈이다.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멤피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가스펠부터 솔, 리듬앤블루스, 로큰롤까지 여러 장르를 춤과 함께 만끽할 수 있다. 앙상블들의 호흡도 좋아 눈과 귀가 모두 즐겁다. 흑인 디바를 연기한 배우 정선아는 놀라운 가창력으로 단숨에 몰입감을 높인다.
극이 지닌 메시지를 부담스럽지 않게, 경쾌하게 끌고 가는 점도 인상적이다. 주인공 듀이를 중심으로 음악에는 경계가 없다는 점을 기저에 깔고 초반부터 관객들과 차근차근 공감대를 형성한다. 흑인과 백인 간 갈등을 드러내면서도 이를 너무 무겁지 않게 다루는데 역시나 음악과 춤이 큰 역할을 한다. 개운하고 기분 좋게 공연장을 나올 수 있는 '멤피스'다.
반대로 '곤 투모로우'는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갑신정변부터 한일합병까지를 배경으로 1884년 근대 개혁운동을 일으켰으나 3일 만에 실패하고 일본으로 피신한 김옥균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옥균을 암살하려는 고종, 고종의 명을 받아 위장해 김옥균에게 접근한 한정훈의 이야기가 밀도 있게 전개된다. 시대의 혼란 속에서 나라를 구하려는 이들의 헌신과 갈 수 없는 땅을 향한 처절한 마음 등이 극에 무겁게 깔려 있다.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웰메이드로 잘 알려진 '곤 투모로우'다. 시대극임에도 모던하고 독특한 미장센과 실험적인 연출이 특히 매력적이다. 느와르 액션과 안무가 몰입감을 높이고 인물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해내는 음악과 조명 또한 매력적이다. 플래시백, 슬로우 모션 등의 효과는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주기도 한다.
1막은 다소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김옥균이 갑신정변을 일으키기까지 속도감 있게 전개돼 긴장감이 높아지다가 한정훈과의 만남을 다루는 데서 돌연 힘이 빠진다. 하지만 2막에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되며 집중도가 다시 올라가니 후반부를 기대해도 좋다. 감각적인 연출에 에너지 넘치는 군무 액션이 혼을 쏙 빼놓는다.
가슴을 때리는 장면도 다수 배치된다. 한정훈과 김옥균이 배 위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웅장한 세트에 섬세한 감정이 더해진 명장면이다. 견고하게 엮인 두 사람의 인간적 연대와 안타까운 시대적 배경이 맞물리며 진한 감동을 자아낸다. 능지처참을 당한 김옥균의 사지가 전국 팔도로 보내지는 장면도 놓쳐선 안 된다. 흰색 천이 하나씩 떨어지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죽어서라도 조선땅에 뿌려지길 바랐던 김옥균의 짙은 애국심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게 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