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통계 조작 과정에서 한국부동산원의 업무 세칙을 삭제했다는 의혹이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통계 조작이 있었다고 알려진 2017년 6월에서 5개월 뒤인 1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업무 세칙’에서 가격 검증 및 심사 조항이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손태락 부동산원 원장은 “지금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2015년 5월 제정된 이 업무 세칙 제14조 1에는 ‘조사총괄부장은 가격균형 유지, 가격 수준의 적정성, 표본 기초 정보의 정확성 제고, 실거래가 반영을 위한 검증을 실시한 후 심사자에게 심사를 요청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한 고강도 대책을 내놓던 2017년 변화가 생겼다. 그해 11월 개정된 세칙에선 이 조항이 ‘주택가격동향조사업무는 3단계의 심사를 거치며 심사 단계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자가 수행한다’로 바뀌어 검증 의무 조항이 삭제됐다. 검증 과정에서 통계 조작 의혹이 드러날 수 있으니 검증 조항을 삭제했을 것이라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제14조 2도 변경돼 의혹을 키웠다. 2015년 제정안에서는 ‘거점 지사장은 매월 부동산시장 점검 회의를 주관하고, 거점 지사 조사총괄부장은 간사로 회의 준비 등의 행정 사항을 총괄한다’로 규정돼 있었다. 그해 11월 개정안에서는 ‘부동산시장 점검 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로 완화됐다. 박 의원에 따르면 부동산시장 점검 회의는 11월 세칙 개정 이후 매월 개최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삭제된 검증 의무 조항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지난해 9월 감사원이 통계조작 감사를 시작하자 3개월 뒤인 12월 26일 부활했다. 박 의원은 “검증 관련 조항이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자마자 되살아난 배경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원은 “검증 조항이 빠진 것은 같은 내용이 7조에 있어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며 “작년에는 주무 부서 역할 등을 명료화하기 위해 검증 조항을 신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국감에서 부동산원은 여당 의원의 집중 표적이 됐다. 이에 손 원장은 “검찰 수사 중인 사안으로 대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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